◆ 책 소개
집밥하기는 기후 위기와 환경호르몬 역습 시대에 우리 몸과 지구 생태계를 위한 아주 작은 실천이다! 집밥하기의 중요성과 방법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책! 최근 들어 모든 것이 풍족하고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생활습관병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과전문의로 활동해온 임재양 원장은 너무 편리해진 세상에서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이 오히려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불편한 옛날 생활 형태가 건강한 습관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현재 생활을 인정하고 청산한 뒤 정상적인 옛날 생활을 해야 해결할 수 있다. 옛날 생활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소소한 실천으로서 집밥하기다. 옛날에는 정제된 식품도 없었고 지금처럼 외식을 많이 하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은 건강했다. 집밥하기는 지구를 위협하는 환경호르몬을 적게 배출한다는 점에서 환경 오염으로 시름하고 있는 우리 생태계에도 도움이 되는 습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집밥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알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다. 이 책은 외과 전문의로서 의사 생활을 43년 동안 한 저자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토대로 집밥하기의 중요성과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한 책이다. 음식을 이루는 영양 성분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잘못 알고 있던 상식들을 바로잡아준다. 어떤 음식 재료를 먹을 것인지, 언제 어떻게 먹을 것인지, 집밥 먹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실천 방법들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쌀은 흰쌀밥보다 잡곡밥이 좋은 잘 알려진 사실에 대한 원리를 알려주기도 하고 식초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 없다고 한다. 무조건 많이 먹을 게 아니라 안 먹고 쉬는 시간을 주어서 몸의 치유 능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도 가르쳐주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조리 방식을 설명해준다. 집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끔 간단한 노하우들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고 지구 생태계를 위하는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고 싶다면 반드시 참고할 책이다. |
우리 몸과 생태계를 살리는 집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1장에서는 집밥이 중요한 까닭을 설명해주고 저자 본인이 집밥하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준다.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키운 농산물을 먹으면 된다. 비료와 농약으로 키운 크고 깨끗한 농산물이 아니라 물과 비료가 부족해서 비틀어지고 벌레 먹은 농산물을 먹으면 된다. 굽고 튀겨서 맛있게 먹을 것이 아니라 날것으로 먹거나 쪄서 먹거나 소박하게 먹어야 한다. 밤낮없이 먹을 것이 아니라 조금은 배고프게 먹고 먹어야 할 때 먹어야 한다. 한마디로 풍요에 찌든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는 정반대이다. 풍요롭다 못해 너무나 많은 것이 넘쳐흐르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많이 먹고 편리하게 먹어서 문제다. 부족함에서 오는 질병이 아니라 과함에서 오는 생활습관병으로 질병의 형태가 변했다. 이런 방식은 건강에 해롭고 지구 생태계를 병들게 한다. 조금은 불편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야 우리 몸도 건강해지고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
2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나쁘다고만 여겨졌던 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룬다. 집밥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양 성분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밀가루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밀가루가 현대 생활습관병의 원인은 아니다. 식이섬유는 최고 장내 세균 역할을 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채소를 통해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전통 방식 간장이 꼭 더 좋은 건 아니며 모든 종류의 소금은 나름대로 다 괜찮다. 사람들은 MSG를 나쁜 성분이라고 여기는데 실제로 MSG는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성분이 아니다. 달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지도 않기 때문에 적정량의 달걀은 몸에 좋다.
3장에서는 밥을 하기 위해 건강한 요리 재료를 구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한옥 병원을 짓고 직접 텃밭을 만든 개인 경험을 풀어낸다. 그렇지만 농산물을 전부 유기농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과학적으로 천연과 인공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산 농산물보다는 국산 농산물이 낫기 때문에 근거리의 농산물을 제철에 구매하는 것이 좋다. 또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은 것은 분명하다.
4장에서는 같은 재료라도 조리 방식에 따라서 건강해지기도 하고 해로워지기도 한다고 주장하면서 건강한 조리 방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일반적으로는 생으로 먹는 게 제일 좋고 굽는 게 안 좋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가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연기를 피하는 방법을 꼭 알고 있어야 한다. 발암물질 분류를 아는 것만으로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어떤 냄비와 프라이팬을 사용해야 할지 어떤 기름을 사용하는 게 좋을지 언제 먹고 언제 안 먹는 게 좋을지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5장에서는 집밥 먹는 습관을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지 실천 방법을 가르쳐주고 좋은 식습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아침밥을 굶고 빵을 구워 먹는 것도 추천하고 있으며 빵을 구워 먹는다면 건강한 우리 밀을 사용할 것을 권유한다. 바빠도 빨리 먹지 않고 천천히 먹는 게 좋으며 그것이 우리 몸의 치유 능력을 살리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한다. 외식은 가끔 하고 평소에 간단히 만들어 먹는 게 좋다. 다이어트는 지속하는 게 중요하고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 효과는 있지만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도 한다.
인간으로서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모든 병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킨다고 해도 확률적인 문제일 뿐 누구에게나 병은 생긴다. 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좋은 식생활 습관은 포기하면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식생활 습관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저자 소개
임재양
경북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서 유방암이 전공이다. 전 대한외과 학회 부회장, 유방암학회 부회장, 유방클리닉협회 회장을 지냈다. 많은 사람이 안전한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음식 재료를 어떻게 구입하고 어떻게 요리해야 하고 먹는 방법은 어떻게 해야 건강한지 강의와 실습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게 됐다. 그 내용을 이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초보 요리사 시작 과정부터 남에게 가르쳐주는 과정까지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골목 안에 한옥으로 된 병원을 짓고 진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의사의 말 한마디』와 여성 유방암 발병의 원인을 먹거리에서 찾고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에 관해 얘기한 『제4의 식탁』이 있다.
◆ 목차
추천사 건강한 식습관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든다
서문 작은 실천으로서 건강한 먹거리를 알아보자
1장 음식은 질병을 예방한다
1. 질병의 형태가 변했다
암의 원인과 나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다
나이가 많다고 암이 느리게 진행하지 않는다
환경이나 음식과 관련된 암이 증가했다
2. 음식에 관심을 가지다
여성 암 1위가 유방암이다
암 환자는 음식을 가장 궁금해했다
암 환자는 잘못된 정보에 속아서 비싼 돈을 쓰지 말자
3. 집밥하는 의사가 되다
50대 중반이 되자 몸이 무언가 이상했다
병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명상의 한 방법으로 요리를 시작하다
4. 요리는 훌륭한 명상이다
요리는 전체적인 개념을 잡고 세부적으로 공부를 했다
쉽게 건강하게 하는 요리가 핵심이다
2장 영양 성분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1.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탄수화물이다
쌀은 흰쌀밥보다 잡곡밥이 좋다
밀가루가 현대 생활습관병의 원인은 아니다
식이섬유는 최고 장내 세균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보충제가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으로 만들자
2. 맛을 내는 재료들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짚는다
식초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삼가자
전통 방식 간장이 더 좋은 건 아니다
모든 종류의 소금은 나름대로 다 괜찮다
설탕을 필요 이상으로 먹는 건 좋지 않다
MSG는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성분이 아니다
발효식품은 건강하게 먹으면 더 좋다
3.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달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지는 않는다
오메가3를 먹지 말고 오메가6와의 균형을 생각하자
트랜스 지방은 조금이라도 먹지 않는 게 좋다
3장 어떤 음식 재료를 먹을 것인가
1. 건강한 식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불편한 옛날 생활 형태가 건강한 습관이다
집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 건강한 요리 재료를 구해야 한다
한옥 병원을 짓고 텃밭을 만들다
농산물을 전부 유기농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
과학적으로는 천연과 인공은 큰 차이가 없다
수입산 농산물보다 국산 농산물이 낫다
토양과 바다에서 발생하는 중금속이 문제다
식품첨가물은 안전하다고 해도 적게 먹자
3. 제철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
제철 농산물은 파이토케미컬 때문에 중요하다
근거리의 농산물을 제철에 구매하는 것이 좋다
생태계를 생각하는 농산물 직거래를 시도하다
건강한 농산물 보증 제도나 플랫폼을 꿈꾸다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은 것은 분명하다
채식은 지구 환경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4. 유전자 조작 식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
획기적이지만 증명되지 않아서 부담스럽다
GMO 식품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4장 언제 어떻게 먹을 것인가
1. 건강한 조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조리 방식에 따라 건강해지기도 해로워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으로 먹는 게 제일 좋고 굽는 게 안 좋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가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발암물질 분류를 정확히 알고 경각심을 가지자
2. 냄비와 프라이팬만 알아도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
스테인리스강이 철이 녹스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되다
스테인리스 제품의 종류와 표기법을 잘 알아보자
연마제와 코팅 물질을 조심하자
3. 어떤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발연점과 산화안정성이 중요하다
피해야 할 기름과 건강에 좋은 기름이 있다
4. 언제 먹고 언제 안 먹는 게 좋을까
안 먹고 쉬는 시간을 주어서 몸의 치유 능력을 높이자
간헐적 단식은 우리 몸의 회복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간헐적 단식을 실천할 수 있다
5장 집밥 먹는 습관을 들이자
1. 간단하게 집밥을 만들어보자
이제 남자들이 밥해 먹자
아침밥을 굶고 빵을 구워 먹는 것도 추천한다
빵을 구워 먹는다면 건강한 우리 밀을 사용하자
바빠도 빨리 먹지 말고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자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게 몸의 치유 능력을 살린다
평소에 간단하게 만들어 먹고 가끔 외식하자
가끔 해 먹는 돌솥밥은 별미 중의 별미다
2. 음식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자
다이어트의 핵심은 지속하는 데 있다
저탄고지는 체중 감량 효과는 있지만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건강 관점에서 다이어트를 생각해야 한다
집밥만 먹어도 단백질은 부족하지 않다
에필로그 어떤 일이 있어도 식생활 습관을 포기하지 말자
◆ 추천사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불안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이상합니다. 산불이 시도 때도 없이 나고, 태풍이 예고와는 다르게 진행하기도 하고, 여름이 덥지 않고 겨울이 따뜻하기도 합니다. 여러 종류의 꽃이 순서대로 피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폈다 집니다. 사람의 병도 이상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암이 늘어나고 원인을 모르는 병들이 생겨납니다. 아토피나 류머티즘 같은 자가면역 질환도 크게 늘어납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연히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무언가 이상한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현실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칩니다. 그런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려운 상황을 좋은 쪽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합니다.
임재양 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현재의 이런 위기는 인류 역사상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인류가 무사히 극복해왔다고 임재양 원장은 믿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키운 농산물을 먹으면 됩니다. 비료와 농약으로 키운 크고 깨끗한 농산물이 아니라 물과 비료가 부족해서 비틀어지고 벌레 먹은 농산물을 권유합니다.
굽고 튀겨서 맛있게 먹을 것이 아니라 날것으로 먹거나 쪄서 먹거나 소박하게 먹자고 합니다. 밤낮없이 먹을 것이 아니라 조금은 배고프게 먹고 먹어야 할 때 먹자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원시인의 열악한 생활과 비슷합니다. 각 개인이 건강한 음식을 먹는 습관이 건강뿐만이 아니라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 원장의 생각은 90년 동안 건강한 삶에 관심을 가진 제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건강 습관과도 일치되는 생각입니다. 이제 모두가 실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시형, 정신과의사・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 본문 속으로
외과 의사로서 의사 생활을 한 지 43년이 됐고 유방암을 전공한 지는 30년이 됐다. 과거에 유방암은 서구인이 많이 걸리는 암이지 한국인에게는 흔한 암이 아니었다. 우리도 한 세대가 지난 미래에는 증가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중요한 암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당연히 유방암을 전공하는 의사 또한 수가 적었다. 그 후로 20년이 지난 지금 유방암은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됐다. 외과 의사 중에서도 유방암을 전공하는 의사 수가 가장 많다. 왜 이렇게 유방암이 증가하느냐 했을 때 여러 원인을 들 수 있다. 초경이 빨라지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살이 찌고,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를 적게 낳고, 수유를 잘 하지 않고, 폐경이 늦어지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이 전부 유방암을 일으키는 여성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중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pp. 17~18
앞에서도 말했지만 모든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환경이나 음식과 관계된 암이 증가했다. 대기 오염과 관계있는 폐암도, 육식과 관계있는 대장암도 증가하고 있다. 암 외에도 아토피, 류머티즘, 과민대장증후군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같은 생활습관병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과거와는 다르게 병의 형태가 바뀌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p. 23
나는 모임을 시작하면서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왜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부모와 갈등하거나 남편과 자식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면서 생긴 스트레스 따위였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대부분은 앞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에 관해 물었다. 숨겨진 무언가, 비밀스러운 무엇이 있는지 기대하면서.
처음에는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면서 해결책을 왜 먹거리에서 찾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환자가 뭐라고 하든지 나는 스트레스에 관해서만 얘기했다. 암 환자에게 좋은 음식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할 게 없어서기도 했다. 암에 걸리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든다. 환자는 맘이 급하니 암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다니고 많은 돈을 쓴다.
-pp. 25~26
환자와 음식 상담을 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내가 요리에 직접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생겼다. 나도 한국의 중년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50대 중반까지 바쁘게 살아왔다. 유방암 검진 전문 병원에 전념하느라 전공 공부를 하기에도 바빴지만 세상의 여러 가지 일에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외과 의사로서 종일 환자를 보고 저녁 늦게까지 모임을 하고 와서도 지칠 줄을 몰랐다.
원래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했다. 뚱뚱했지만 큰 체격은 체력과 비례한다고 믿고 있었다. 먹는 양이 워낙 많아서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먹었고 끼니도 하루에 네다섯 번을 먹었다. 많이 움직이는데 그렇게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먹는 양은 많았어도 건강한 음식만 먹었다. 튀기거나 구운 음식은 별로 먹지 않았다. 돼지고기는 삶아서 수육으로 먹고 쇠고기는 스테이크로 즐겼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50대 중반이 넘어서자 몸이 무언가 이상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한 번씩 피곤을 느끼곤 했다. 운동은 자주 걷는 것을 빼고는 특별히 하지 않았다. 동료 전문가들과 내 몸 상태를 상의하고 여러 가지 정밀 검사를 했다. 비만 이외에 모든 검사 수치가 완벽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진단 결과는 중년이란 나이에 따른 몸의 변화였다. 우리 몸은 여러 호르몬 작용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중년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로 본 것이다. 여성의 폐경기 장애와 비슷한 논리다.
-pp. 31~32
느긋함을 추구하는 이완 요법은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다. 긴장을 많이 하는 현대 생활에서 강조하는 방법은 명상이나 단전호흡 같은 훈련이다. 나도 요가, 명상, 단전호흡 등을 해보았는데 맞지 않았다. 바쁘게 여기저기를 쫓아다니다가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니 재미도 없고 움직이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이완 요법이 처음에는 따분하고 숙련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숙련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고비를 못 넘기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다른 명상 방법으로 그냥 현실 생활에 충실하기만 해도 명상이 된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걸으며 매 순간 하는 호흡에 집중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는 것도 명상이라고 했다. 나는 걷기는 좋아하지만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자니 부담이 됐다. 그런데 요리는 해보고 싶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약간 들뜬 마음으로 요리를 시도하게 됐다.
-p. 36
동양에서 쌀을 주식으로 한 이유는 풍부한 물과 따뜻한 기온이라는 조건이 맞아서다. 쌀 종류가 동남아에서 나는 인디카 종과 동북아인 한국과 일본에서 나는 자포니카 종으로 나뉘는 것도 기후 때문이다.
힘든 노동을 하던 옛날에는 밥심으로 살았다. 다른 특별한 먹거리가 없던 때 거친 쌀만 많이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까칠한 껍질 때문에 맛있게 먹기가 불편했다. 도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맛있는 백미를 맛본 지는 100년이 안 된다. 더구나 부족한 쌀 때문에 여러 가지 잡곡을 섞어서 먹다가 눈부시게 하얀 쌀을 먹어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달고 부드러운 식감에 감동했을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통일벼가 나오기 전이라 쌀이 귀했다. 그래서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을 장려했고 선생님이 도시락에 잡곡이 섞여 있는지 검사를 하셨다. 잘사는 집 아이들은 흰쌀밥을 싸왔고 못살수록 까만 보리밥 비율이 높았다. 보리밥을 싸온 아이들은 도시락을 꺼내는 것조차 부끄러워했다.
-pp. 49~50
우리나라에서 빵을 주식으로 먹는 사람들이 반을 넘었다. 그런데 건강하지 않은 빵을 먹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밀가루에 관한 잘못된 정보로 빵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다. 흔히 서양에 고 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생활습관병이 많은 것을 보고 서양의 주식이 빵이니까 밀가루를 주범으로 여겨 밀가루는 건강에 좋지 않고 쌀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음식 관련 프로에서는 밀가루를 끊었더니 건강을 회복했다는 체험담도 나온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밀가루로 만든 빵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지 않게 만든 빵을 먹었기 때문에 병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밀가루가 현대 생활습관병의 주범이 아니라는 말이다. 병의 원인은 빵을 좀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밀 껍질을 벗겨내고 흰 밀을 사용하는 것과 경제적인 효율성과 맛을 좋게 하려고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병이 생기는 것은 밀가루 때문이 아니라 문명화된 식생활 습관 때문이다. 밀가루나 쌀 같은 탄수화물은 인간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탄수화물도 좋고 나쁜 탄수화물이 있는데 좋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 현미와 같은 개념에서 통밀로 만들어 툭박지고 맛이 없는 빵은 건강한 빵이다.
-pp. 54~55
먹을 것이 적고 영양분이 부족하고 거친 것에 오랜 시간 적응됐던 인간에게 영양이 풍부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이 오히려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숨 쉬는 공기와 먹는 물이 나빠지고 음식 재료의 질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여기다가 미세 플라스틱을 비롯한 문명화의 결정체인 화학물질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2022년 8월 네덜란드 학자가 인간의 모세혈관에서 나노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 지금부터 플라스틱을 적게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미 미세혈관까지 위험한 물질들이 자리 잡고 있고 계속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선을 넘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대책 없이 많은 병에 시달리고 위기를 맞아야 할까? 아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면 의외로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서 99%의 시간은 위험에 노출됐고 먹을 것이 부족했다. 최근 겨우 70~8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풍족을 누린 것이다. 이 시간이 비정상적이었다. 착각하고 있었다. 비정상인 현재 생활을 인정하고 정상적인 옛날 생활을 아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pp. 138~139
국내산은 그렇다 치고 수입 농산물은 안전한가? 우리가 해외 여행을 다녀올 때 다른 나라의 농축산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막는다. 다른 나라의 토양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미생물이 국내에 들어오면 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수입 농산물에는 그 나라 토양에서 자라는 다양한 미생물이 붙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서도, 그리고 수입하는 동안 싹이 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화학 처리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안정성이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증거가 충분한 농약이라도 안 먹는 게 좋다.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면 수입 농산물을 피해야 한다.
-p. 157
현재 가장 많이 먹는 고기는 닭이다. 전 세계에서 1년에 먹는 닭의 수가 650억 마리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0억 마리를 먹는다. 하루로 계산하면 270만 마리를 먹는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닭을 키울 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상상할 수는 있다. 건강하게 키우지는 않을 것 같다. 소와 돼지도 같은 사정이라고 알고 있다.
생선은 대부분 양식이다. 치어를 풀어서 대양으로 나갔다가 자라서 다시 강으로 올라온다는 연어를 건강에 좋은 생선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연안 바다의 거대한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연어에서 환경호르몬이 가장 많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대부분이 믿을 수 없다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바다가 오염되고 고래 배 속에서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찌꺼기가 나온다는 보고를 보면 대부분 생선 또한 건강하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현재 모든 생선은 미세 플라스틱이나 중금속에 오염돼 있다고 경고한다.
-p. 173
나는 GMO 식품을 원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과학적으로 보면 아직 결정적인 위험이 증명된 것이 없다.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2군 발암물질로 규정됐지만 2군 발암물질에는 붉은 고기와 얼마 전부터는 잔탁 같은 약이 들어 있다. 글리포세이트가 장내 세균을 죽이고 세로토닌을 억제해서 우울증이나 우리나라 자살률 1위와 관계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너무 나간 주장인 것 같다. 이것은 원자력 발전과도 같다. 원론적으로는 위험하니까 사용하지 않으면 제일 좋다. 그런데 원전을 중단하고 비싼 전기료를 지급할 것인지와 GMO 식품을 금지하고 비싼 값에 콩과 옥수수를 사 먹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찬성할 수는 없다. 과학적인 사실은 상당 부분 맞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기도 하고 의외의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GMO 식품이 탄생한 것을 보면 조심스럽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에 사용한 제초제는 주목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해로움이 증명되자 친환경 제초제라는 라운드업이 개발되고 수십 년간 사용됐다. 또 시간이 지나자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2군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먹는 것을 조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pp. 182~183
◆ 책 소개
집밥하기는 기후 위기와 환경호르몬 역습 시대에 우리 몸과 지구 생태계를 위한 아주 작은 실천이다! 집밥하기의 중요성과 방법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책! 최근 들어 모든 것이 풍족하고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생활습관병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과전문의로 활동해온 임재양 원장은 너무 편리해진 세상에서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이 오히려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불편한 옛날 생활 형태가 건강한 습관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현재 생활을 인정하고 청산한 뒤 정상적인 옛날 생활을 해야 해결할 수 있다. 옛날 생활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소소한 실천으로서 집밥하기다. 옛날에는 정제된 식품도 없었고 지금처럼 외식을 많이 하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은 건강했다. 집밥하기는 지구를 위협하는 환경호르몬을 적게 배출한다는 점에서 환경 오염으로 시름하고 있는 우리 생태계에도 도움이 되는 습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집밥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알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다. 이 책은 외과 전문의로서 의사 생활을 43년 동안 한 저자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토대로 집밥하기의 중요성과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한 책이다. 음식을 이루는 영양 성분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잘못 알고 있던 상식들을 바로잡아준다. 어떤 음식 재료를 먹을 것인지, 언제 어떻게 먹을 것인지, 집밥 먹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실천 방법들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쌀은 흰쌀밥보다 잡곡밥이 좋은 잘 알려진 사실에 대한 원리를 알려주기도 하고 식초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 없다고 한다. 무조건 많이 먹을 게 아니라 안 먹고 쉬는 시간을 주어서 몸의 치유 능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도 가르쳐주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조리 방식을 설명해준다. 집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끔 간단한 노하우들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고 지구 생태계를 위하는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고 싶다면 반드시 참고할 책이다. |
우리 몸과 생태계를 살리는 집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1장에서는 집밥이 중요한 까닭을 설명해주고 저자 본인이 집밥하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준다.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키운 농산물을 먹으면 된다. 비료와 농약으로 키운 크고 깨끗한 농산물이 아니라 물과 비료가 부족해서 비틀어지고 벌레 먹은 농산물을 먹으면 된다. 굽고 튀겨서 맛있게 먹을 것이 아니라 날것으로 먹거나 쪄서 먹거나 소박하게 먹어야 한다. 밤낮없이 먹을 것이 아니라 조금은 배고프게 먹고 먹어야 할 때 먹어야 한다. 한마디로 풍요에 찌든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는 정반대이다. 풍요롭다 못해 너무나 많은 것이 넘쳐흐르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많이 먹고 편리하게 먹어서 문제다. 부족함에서 오는 질병이 아니라 과함에서 오는 생활습관병으로 질병의 형태가 변했다. 이런 방식은 건강에 해롭고 지구 생태계를 병들게 한다. 조금은 불편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야 우리 몸도 건강해지고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
2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나쁘다고만 여겨졌던 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룬다. 집밥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양 성분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밀가루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밀가루가 현대 생활습관병의 원인은 아니다. 식이섬유는 최고 장내 세균 역할을 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채소를 통해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전통 방식 간장이 꼭 더 좋은 건 아니며 모든 종류의 소금은 나름대로 다 괜찮다. 사람들은 MSG를 나쁜 성분이라고 여기는데 실제로 MSG는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성분이 아니다. 달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지도 않기 때문에 적정량의 달걀은 몸에 좋다.
3장에서는 밥을 하기 위해 건강한 요리 재료를 구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한옥 병원을 짓고 직접 텃밭을 만든 개인 경험을 풀어낸다. 그렇지만 농산물을 전부 유기농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과학적으로 천연과 인공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산 농산물보다는 국산 농산물이 낫기 때문에 근거리의 농산물을 제철에 구매하는 것이 좋다. 또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은 것은 분명하다.
4장에서는 같은 재료라도 조리 방식에 따라서 건강해지기도 하고 해로워지기도 한다고 주장하면서 건강한 조리 방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일반적으로는 생으로 먹는 게 제일 좋고 굽는 게 안 좋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가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연기를 피하는 방법을 꼭 알고 있어야 한다. 발암물질 분류를 아는 것만으로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어떤 냄비와 프라이팬을 사용해야 할지 어떤 기름을 사용하는 게 좋을지 언제 먹고 언제 안 먹는 게 좋을지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5장에서는 집밥 먹는 습관을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지 실천 방법을 가르쳐주고 좋은 식습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아침밥을 굶고 빵을 구워 먹는 것도 추천하고 있으며 빵을 구워 먹는다면 건강한 우리 밀을 사용할 것을 권유한다. 바빠도 빨리 먹지 않고 천천히 먹는 게 좋으며 그것이 우리 몸의 치유 능력을 살리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한다. 외식은 가끔 하고 평소에 간단히 만들어 먹는 게 좋다. 다이어트는 지속하는 게 중요하고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 효과는 있지만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도 한다.
인간으로서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모든 병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킨다고 해도 확률적인 문제일 뿐 누구에게나 병은 생긴다. 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좋은 식생활 습관은 포기하면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식생활 습관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저자 소개
임재양
경북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서 유방암이 전공이다. 전 대한외과 학회 부회장, 유방암학회 부회장, 유방클리닉협회 회장을 지냈다. 많은 사람이 안전한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음식 재료를 어떻게 구입하고 어떻게 요리해야 하고 먹는 방법은 어떻게 해야 건강한지 강의와 실습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게 됐다. 그 내용을 이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초보 요리사 시작 과정부터 남에게 가르쳐주는 과정까지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골목 안에 한옥으로 된 병원을 짓고 진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의사의 말 한마디』와 여성 유방암 발병의 원인을 먹거리에서 찾고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에 관해 얘기한 『제4의 식탁』이 있다.
◆ 목차
추천사 건강한 식습관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든다
서문 작은 실천으로서 건강한 먹거리를 알아보자
1장 음식은 질병을 예방한다
1. 질병의 형태가 변했다
암의 원인과 나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다
나이가 많다고 암이 느리게 진행하지 않는다
환경이나 음식과 관련된 암이 증가했다
2. 음식에 관심을 가지다
여성 암 1위가 유방암이다
암 환자는 음식을 가장 궁금해했다
암 환자는 잘못된 정보에 속아서 비싼 돈을 쓰지 말자
3. 집밥하는 의사가 되다
50대 중반이 되자 몸이 무언가 이상했다
병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명상의 한 방법으로 요리를 시작하다
4. 요리는 훌륭한 명상이다
요리는 전체적인 개념을 잡고 세부적으로 공부를 했다
쉽게 건강하게 하는 요리가 핵심이다
2장 영양 성분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1.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탄수화물이다
쌀은 흰쌀밥보다 잡곡밥이 좋다
밀가루가 현대 생활습관병의 원인은 아니다
식이섬유는 최고 장내 세균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보충제가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으로 만들자
2. 맛을 내는 재료들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짚는다
식초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삼가자
전통 방식 간장이 더 좋은 건 아니다
모든 종류의 소금은 나름대로 다 괜찮다
설탕을 필요 이상으로 먹는 건 좋지 않다
MSG는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성분이 아니다
발효식품은 건강하게 먹으면 더 좋다
3.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달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지는 않는다
오메가3를 먹지 말고 오메가6와의 균형을 생각하자
트랜스 지방은 조금이라도 먹지 않는 게 좋다
3장 어떤 음식 재료를 먹을 것인가
1. 건강한 식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불편한 옛날 생활 형태가 건강한 습관이다
집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 건강한 요리 재료를 구해야 한다
한옥 병원을 짓고 텃밭을 만들다
농산물을 전부 유기농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
과학적으로는 천연과 인공은 큰 차이가 없다
수입산 농산물보다 국산 농산물이 낫다
토양과 바다에서 발생하는 중금속이 문제다
식품첨가물은 안전하다고 해도 적게 먹자
3. 제철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
제철 농산물은 파이토케미컬 때문에 중요하다
근거리의 농산물을 제철에 구매하는 것이 좋다
생태계를 생각하는 농산물 직거래를 시도하다
건강한 농산물 보증 제도나 플랫폼을 꿈꾸다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은 것은 분명하다
채식은 지구 환경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4. 유전자 조작 식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
획기적이지만 증명되지 않아서 부담스럽다
GMO 식품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4장 언제 어떻게 먹을 것인가
1. 건강한 조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조리 방식에 따라 건강해지기도 해로워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으로 먹는 게 제일 좋고 굽는 게 안 좋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가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발암물질 분류를 정확히 알고 경각심을 가지자
2. 냄비와 프라이팬만 알아도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
스테인리스강이 철이 녹스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되다
스테인리스 제품의 종류와 표기법을 잘 알아보자
연마제와 코팅 물질을 조심하자
3. 어떤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발연점과 산화안정성이 중요하다
피해야 할 기름과 건강에 좋은 기름이 있다
4. 언제 먹고 언제 안 먹는 게 좋을까
안 먹고 쉬는 시간을 주어서 몸의 치유 능력을 높이자
간헐적 단식은 우리 몸의 회복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간헐적 단식을 실천할 수 있다
5장 집밥 먹는 습관을 들이자
1. 간단하게 집밥을 만들어보자
이제 남자들이 밥해 먹자
아침밥을 굶고 빵을 구워 먹는 것도 추천한다
빵을 구워 먹는다면 건강한 우리 밀을 사용하자
바빠도 빨리 먹지 말고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자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게 몸의 치유 능력을 살린다
평소에 간단하게 만들어 먹고 가끔 외식하자
가끔 해 먹는 돌솥밥은 별미 중의 별미다
2. 음식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자
다이어트의 핵심은 지속하는 데 있다
저탄고지는 체중 감량 효과는 있지만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건강 관점에서 다이어트를 생각해야 한다
집밥만 먹어도 단백질은 부족하지 않다
에필로그 어떤 일이 있어도 식생활 습관을 포기하지 말자
◆ 추천사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불안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이상합니다. 산불이 시도 때도 없이 나고, 태풍이 예고와는 다르게 진행하기도 하고, 여름이 덥지 않고 겨울이 따뜻하기도 합니다. 여러 종류의 꽃이 순서대로 피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폈다 집니다. 사람의 병도 이상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암이 늘어나고 원인을 모르는 병들이 생겨납니다. 아토피나 류머티즘 같은 자가면역 질환도 크게 늘어납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연히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무언가 이상한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현실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칩니다. 그런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려운 상황을 좋은 쪽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합니다.
임재양 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현재의 이런 위기는 인류 역사상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인류가 무사히 극복해왔다고 임재양 원장은 믿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키운 농산물을 먹으면 됩니다. 비료와 농약으로 키운 크고 깨끗한 농산물이 아니라 물과 비료가 부족해서 비틀어지고 벌레 먹은 농산물을 권유합니다.
굽고 튀겨서 맛있게 먹을 것이 아니라 날것으로 먹거나 쪄서 먹거나 소박하게 먹자고 합니다. 밤낮없이 먹을 것이 아니라 조금은 배고프게 먹고 먹어야 할 때 먹자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원시인의 열악한 생활과 비슷합니다. 각 개인이 건강한 음식을 먹는 습관이 건강뿐만이 아니라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 원장의 생각은 90년 동안 건강한 삶에 관심을 가진 제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건강 습관과도 일치되는 생각입니다. 이제 모두가 실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시형, 정신과의사・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 본문 속으로
외과 의사로서 의사 생활을 한 지 43년이 됐고 유방암을 전공한 지는 30년이 됐다. 과거에 유방암은 서구인이 많이 걸리는 암이지 한국인에게는 흔한 암이 아니었다. 우리도 한 세대가 지난 미래에는 증가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중요한 암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당연히 유방암을 전공하는 의사 또한 수가 적었다. 그 후로 20년이 지난 지금 유방암은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됐다. 외과 의사 중에서도 유방암을 전공하는 의사 수가 가장 많다. 왜 이렇게 유방암이 증가하느냐 했을 때 여러 원인을 들 수 있다. 초경이 빨라지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살이 찌고,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를 적게 낳고, 수유를 잘 하지 않고, 폐경이 늦어지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이 전부 유방암을 일으키는 여성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중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pp. 17~18
앞에서도 말했지만 모든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환경이나 음식과 관계된 암이 증가했다. 대기 오염과 관계있는 폐암도, 육식과 관계있는 대장암도 증가하고 있다. 암 외에도 아토피, 류머티즘, 과민대장증후군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같은 생활습관병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과거와는 다르게 병의 형태가 바뀌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p. 23
나는 모임을 시작하면서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왜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부모와 갈등하거나 남편과 자식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면서 생긴 스트레스 따위였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대부분은 앞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에 관해 물었다. 숨겨진 무언가, 비밀스러운 무엇이 있는지 기대하면서.
처음에는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면서 해결책을 왜 먹거리에서 찾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환자가 뭐라고 하든지 나는 스트레스에 관해서만 얘기했다. 암 환자에게 좋은 음식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할 게 없어서기도 했다. 암에 걸리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든다. 환자는 맘이 급하니 암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다니고 많은 돈을 쓴다.
-pp. 25~26
환자와 음식 상담을 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내가 요리에 직접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생겼다. 나도 한국의 중년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50대 중반까지 바쁘게 살아왔다. 유방암 검진 전문 병원에 전념하느라 전공 공부를 하기에도 바빴지만 세상의 여러 가지 일에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외과 의사로서 종일 환자를 보고 저녁 늦게까지 모임을 하고 와서도 지칠 줄을 몰랐다.
원래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했다. 뚱뚱했지만 큰 체격은 체력과 비례한다고 믿고 있었다. 먹는 양이 워낙 많아서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먹었고 끼니도 하루에 네다섯 번을 먹었다. 많이 움직이는데 그렇게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먹는 양은 많았어도 건강한 음식만 먹었다. 튀기거나 구운 음식은 별로 먹지 않았다. 돼지고기는 삶아서 수육으로 먹고 쇠고기는 스테이크로 즐겼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50대 중반이 넘어서자 몸이 무언가 이상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한 번씩 피곤을 느끼곤 했다. 운동은 자주 걷는 것을 빼고는 특별히 하지 않았다. 동료 전문가들과 내 몸 상태를 상의하고 여러 가지 정밀 검사를 했다. 비만 이외에 모든 검사 수치가 완벽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진단 결과는 중년이란 나이에 따른 몸의 변화였다. 우리 몸은 여러 호르몬 작용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중년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로 본 것이다. 여성의 폐경기 장애와 비슷한 논리다.
-pp. 31~32
느긋함을 추구하는 이완 요법은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다. 긴장을 많이 하는 현대 생활에서 강조하는 방법은 명상이나 단전호흡 같은 훈련이다. 나도 요가, 명상, 단전호흡 등을 해보았는데 맞지 않았다. 바쁘게 여기저기를 쫓아다니다가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니 재미도 없고 움직이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이완 요법이 처음에는 따분하고 숙련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숙련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고비를 못 넘기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다른 명상 방법으로 그냥 현실 생활에 충실하기만 해도 명상이 된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걸으며 매 순간 하는 호흡에 집중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는 것도 명상이라고 했다. 나는 걷기는 좋아하지만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자니 부담이 됐다. 그런데 요리는 해보고 싶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약간 들뜬 마음으로 요리를 시도하게 됐다.
-p. 36
동양에서 쌀을 주식으로 한 이유는 풍부한 물과 따뜻한 기온이라는 조건이 맞아서다. 쌀 종류가 동남아에서 나는 인디카 종과 동북아인 한국과 일본에서 나는 자포니카 종으로 나뉘는 것도 기후 때문이다.
힘든 노동을 하던 옛날에는 밥심으로 살았다. 다른 특별한 먹거리가 없던 때 거친 쌀만 많이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까칠한 껍질 때문에 맛있게 먹기가 불편했다. 도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맛있는 백미를 맛본 지는 100년이 안 된다. 더구나 부족한 쌀 때문에 여러 가지 잡곡을 섞어서 먹다가 눈부시게 하얀 쌀을 먹어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달고 부드러운 식감에 감동했을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통일벼가 나오기 전이라 쌀이 귀했다. 그래서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을 장려했고 선생님이 도시락에 잡곡이 섞여 있는지 검사를 하셨다. 잘사는 집 아이들은 흰쌀밥을 싸왔고 못살수록 까만 보리밥 비율이 높았다. 보리밥을 싸온 아이들은 도시락을 꺼내는 것조차 부끄러워했다.
-pp. 49~50
우리나라에서 빵을 주식으로 먹는 사람들이 반을 넘었다. 그런데 건강하지 않은 빵을 먹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밀가루에 관한 잘못된 정보로 빵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다. 흔히 서양에 고 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생활습관병이 많은 것을 보고 서양의 주식이 빵이니까 밀가루를 주범으로 여겨 밀가루는 건강에 좋지 않고 쌀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음식 관련 프로에서는 밀가루를 끊었더니 건강을 회복했다는 체험담도 나온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밀가루로 만든 빵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지 않게 만든 빵을 먹었기 때문에 병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밀가루가 현대 생활습관병의 주범이 아니라는 말이다. 병의 원인은 빵을 좀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밀 껍질을 벗겨내고 흰 밀을 사용하는 것과 경제적인 효율성과 맛을 좋게 하려고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병이 생기는 것은 밀가루 때문이 아니라 문명화된 식생활 습관 때문이다. 밀가루나 쌀 같은 탄수화물은 인간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탄수화물도 좋고 나쁜 탄수화물이 있는데 좋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 현미와 같은 개념에서 통밀로 만들어 툭박지고 맛이 없는 빵은 건강한 빵이다.
-pp. 54~55
먹을 것이 적고 영양분이 부족하고 거친 것에 오랜 시간 적응됐던 인간에게 영양이 풍부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이 오히려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숨 쉬는 공기와 먹는 물이 나빠지고 음식 재료의 질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여기다가 미세 플라스틱을 비롯한 문명화의 결정체인 화학물질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2022년 8월 네덜란드 학자가 인간의 모세혈관에서 나노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 지금부터 플라스틱을 적게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미 미세혈관까지 위험한 물질들이 자리 잡고 있고 계속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선을 넘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대책 없이 많은 병에 시달리고 위기를 맞아야 할까? 아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면 의외로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서 99%의 시간은 위험에 노출됐고 먹을 것이 부족했다. 최근 겨우 70~8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풍족을 누린 것이다. 이 시간이 비정상적이었다. 착각하고 있었다. 비정상인 현재 생활을 인정하고 정상적인 옛날 생활을 아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pp. 138~139
국내산은 그렇다 치고 수입 농산물은 안전한가? 우리가 해외 여행을 다녀올 때 다른 나라의 농축산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막는다. 다른 나라의 토양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미생물이 국내에 들어오면 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수입 농산물에는 그 나라 토양에서 자라는 다양한 미생물이 붙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서도, 그리고 수입하는 동안 싹이 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화학 처리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안정성이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증거가 충분한 농약이라도 안 먹는 게 좋다.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면 수입 농산물을 피해야 한다.
-p. 157
현재 가장 많이 먹는 고기는 닭이다. 전 세계에서 1년에 먹는 닭의 수가 650억 마리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0억 마리를 먹는다. 하루로 계산하면 270만 마리를 먹는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닭을 키울 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상상할 수는 있다. 건강하게 키우지는 않을 것 같다. 소와 돼지도 같은 사정이라고 알고 있다.
생선은 대부분 양식이다. 치어를 풀어서 대양으로 나갔다가 자라서 다시 강으로 올라온다는 연어를 건강에 좋은 생선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연안 바다의 거대한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연어에서 환경호르몬이 가장 많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대부분이 믿을 수 없다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바다가 오염되고 고래 배 속에서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찌꺼기가 나온다는 보고를 보면 대부분 생선 또한 건강하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현재 모든 생선은 미세 플라스틱이나 중금속에 오염돼 있다고 경고한다.
-p. 173
나는 GMO 식품을 원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과학적으로 보면 아직 결정적인 위험이 증명된 것이 없다.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2군 발암물질로 규정됐지만 2군 발암물질에는 붉은 고기와 얼마 전부터는 잔탁 같은 약이 들어 있다. 글리포세이트가 장내 세균을 죽이고 세로토닌을 억제해서 우울증이나 우리나라 자살률 1위와 관계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너무 나간 주장인 것 같다. 이것은 원자력 발전과도 같다. 원론적으로는 위험하니까 사용하지 않으면 제일 좋다. 그런데 원전을 중단하고 비싼 전기료를 지급할 것인지와 GMO 식품을 금지하고 비싼 값에 콩과 옥수수를 사 먹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찬성할 수는 없다. 과학적인 사실은 상당 부분 맞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기도 하고 의외의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GMO 식품이 탄생한 것을 보면 조심스럽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에 사용한 제초제는 주목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해로움이 증명되자 친환경 제초제라는 라운드업이 개발되고 수십 년간 사용됐다. 또 시간이 지나자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2군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먹는 것을 조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pp. 182~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