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힙한 동네, 마을, 시골 이야기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탈물질주의의 개념과 그 배경, 그리고 탈물질주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시되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의 등장에 대해 다룬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이란 자연과 시골로 돌아가서 생활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자연에서 놀고 쉬며 편안함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멀어지는 이상과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을 찾아가는 탐구의 여정이자 의지의 구현이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것은 대중이 삶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를 포착했다는 뜻이다. 대중은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또한 프롤로그에서는 히피문화와 같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서구에서 탈물질주의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설명하고 한국 사회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로컬이 ‘촌스러움’에서 벗어나 ‘힙’한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1장에서는 로컬 라이프가 현대 사회에서 필요해진 이유를 설명한다. 도시 생활의 피로와 스트레스, 경쟁적인 사회 구조로 인해 사람들이 자연과 더 가까운 삶을 원하게 되었고 로컬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또한 한옥 바캉스, 세컨드 하우스, 구독 경제와 같은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다룬다. 한옥 바캉스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색다른 경험을 찾기 위해 한옥에서 보내는 휴가를 의미한다. 전통 한옥에서의 숙박은 현대적인 편의시설과 결합하여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서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자연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컨드 하우스는 도시와는 다른 지역에 마련한 두 번째 거주지로 일과 휴식을 분리하는 ‘듀얼라이프’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도심의 복잡함을 피하고 자연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세컨드 하우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오도이촌은 도시에서 평일 5일을 보내고 시골에서 주말을 보내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오도이촌은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명확한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듀얼라이프는 이와 같은 생활 방식을 실현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본인의 삶을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자녀 교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기회를 제공한다.
구독 경제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하는 형태의 경제 활동을 말한다. 생활 구독 서비스는 사람들이 선택에 대한 고민을 줄여주며, 생활의 편리함을 높여준다. 특히 주거 구독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장소에서 원하는 때에 거주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며 여행 이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정착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구독을 통한 주거 형태가 주거 문제의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은 물질적 풍요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연과 전통을 다시금 조명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주거 및 경제 활동이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탈물질주의의 유행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2장에서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로컬 라이프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경제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신적 빈곤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 노인 문제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한다.
현대 사회의 첫 번째 문제점은 정신적 빈곤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고 정신질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일상화되었으며 기술 발전이 오히려 경쟁을 심화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대 사회의 두 번째 문제점은 생산성 강박이다. 현대인들은 바쁨과 과로를 명예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모든 것을 생산성으로 환원하려는 강박이 존재한다. 이는 진정한 휴식과 여유를 방해하고 바쁨으로 마음의 불안을 잊으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노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은 종종 정신적 불안을 겪고 있으며 부모 세대도 마찬가지로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많은 사람이 경제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주거에 대한 소유욕이 커졌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이 부족하며 일부는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삼고 있다.
X세대와 젊은이들은 과열된 경쟁과 비교문화에 지쳐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MZ세대는 노동환경의 변화와 열악함 속에서 자기 일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연봉보다 워라밸과 존중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퇴사는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탈물질주의와 슬로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탈물질주의는 경제 성장을 통해 기본적인 물질적 풍요를 달성한 사회에서 경쟁과 신분 중심의 물질주의를 넘어서 개인의 삶과 다양성,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1960년대 서구 선진국에서 시작된 반전운동과 반문화운동 등에서 비롯되었으며 특히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이 기존 사회 질서에 반대하며 평화와 자유, 그리고 인간성 회복을 주장하면서 확산됐다.
많은 현대인이 물질주의적 삶에 지치고 탈물질주의에 감화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빠른 삶을 내려놓고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며 천천히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자아실현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자연 속에서 천천히 살아가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싶다는 것이다. 아직 로컬 라이프스타일은 우리 삶의 일반적인 양태로 자리 잡지는 않았다. 한국이 현대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과 압축성장의 부작용에 따른 지역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로컬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삶의 방식이 더 일반화되어야 한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은 낭만을 넘어
현실 속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도약해야 한다!
3장에서는 로컬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조언을 제공한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하고 미디어에서 그리는 낭만적인 모습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로컬 라이프를 선택하기 전에 개인은 현실적인 부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안정, 커뮤니티와의 관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직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질적인 문제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디어는 종종 로컬 라이프를 이상화하며 이를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것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리 증후군과 유사한 경험을 언급하며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모습과 현실의 괴리감이 상당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 저자 소개
정성욱
제주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고 청주대학교 건축학과 5년제를 졸업했다. 그 후 설계사무소에서 약 4년간 근무했다. 현재는 세종시에 위스키바 산문을 창업했다. 단순히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 결과다. 위스키바 산문은 단순한 바Bar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실현하고자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사회의 특색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책바를 시작으로 다양한 로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로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 책의 시작은 ‘사람들은 왜 제주를 좋아할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끊임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단순히 제주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팬데믹과 탈물질주의 사회의 흐름 속에서 지방 도시들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자연으로 떠나고자 하는가? 시골은 어떻게 ‘촌스러움’에서 벗어나 ‘힙’한 곳으로 변모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깊이 탐구했다.
현재 여러 로컬에서 이뤄지는 사례와 왜 로컬 열풍인지 배경을 탐구하고 있다. 그는 그 과정에서 각 지역이 지닌 고유한 매력, 각 지역 주민의 삶의 방식, 그리고 다양한 로컬 프로젝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로컬 라이프의 매력과 가능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속해서 로컬의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 목차
1장 당신에게는 로컬 라이프가 필요합니다
1. 힙: 러스틱 라이프는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한옥 바캉스인 옥캉스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도시생활에 지친 MZ에 의해 농촌이 각광받는다
일본에 반농반X가 있다면 한국에는 러스틱 라이프가 있다
2. 로컬: 각박한 대도시가 아닌 쉴 수 있는 로컬이 뜬다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의 매력을 경험한다
인적이 드물던 골목길에서 책과 술이 힙하게 만나다
로컬 비즈니스인 서피비치가 지역 커뮤니티를 품다
3. 주거: 세컨드하우스와 오도이촌의 시대가 열렸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명확한 오도이촌과 듀얼라이프가 뜬다
듀얼라이프는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유행했다
듀얼라이프로 도시와 시골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만을 취한다
본인의 삶과 자녀 교육을 둘 다 잡기 위해 오도이촌이 생겨났다
공유경제 서비스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제안한다
4. 구독 경제: 돈 내고 경험을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생활 구독 서비스가 일상에서 선택에 대한 고민을 줄여준다
주거를 구독해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 살 수 있다
구독 서비스가 여행이 아니라 정주의 가능성을 높였다
5. 농업: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로서의 귀농이 6차 산업의 기회를 제공하다
다양한 사업과 연결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다
농사짓기와 양조를 통해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다
귀농은 수익성과 아이템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사업이다
딸기 농사를 짓는 것에도 전략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
6. 지역경제: 디지털 노마드의 로컬 정착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다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강릉에서 더웨이브컴퍼니와 함께하다
혁신적인 로컬 업무환경으로 디지털 노마드의 휴양지를 만들다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7. 창조성: 로컬 크리에이터가 불모지를 창조적인 로컬로 변화시키다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남양주에서 만들다
아무도 안 하고 안 가면 직접 한다가 소신이다
명품 위스키생산을 통해 위스키 강국을 꿈꾼다
8. 상생: 시골 빈집을 활용해 공동체 전체에 기여하다
사회적 타협과 상생의 해법으로 위기를 극복하다
러스틱 라이프가 갈등을 줄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다
9. 다양성: 로컬 라이프는 다채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귀촌도 다양한 유형이 있고 각자의 선택을 존중받아야 한다
귀촌을 했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라이프스타일도 늘어나고 있다
10. 워케이션: 나는 휴양지에서 쉬면서 일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노동환경이 바뀌었다
워케이션은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는 노동 형태로 떠올랐다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워케이션은 MZ세대에게 곧 복지다
일과 가족을 한 번에 챙기는 워케이션이 주목받는다
2장 당신을 로컬 라이프로 초대합니다
1. 번아웃: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은 정신적 빈곤에 놓여 있다
의료기술이 발전했는데 정신질환자의 수는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이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성공의 연료가 아니지만 일상이 되었다
기술 발전이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경쟁이 심화되었다
2. 생산성 강박: 바쁨과 과로를
명예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현대인들은 마음의 여유와 머묾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모든 것을 생산성으로 환원하면 일의 본질이 잊혀진다
생산성 강박 때문에 쉬고 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게 쉰다
바쁨으로 마음의 불안을 잊는 것은 악순환의시작이다
3. 노인 문제: 노인과 부모 세대도 시골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은 스스로 죽는다
노인과 아이 사이의 부모 세대도 불안이 늘어가고 있다
과연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의 역할은 무엇인가
4. 부동산 가격 폭등: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됐다는 박탈감을 느낀다
벼락부자가 아니라 벼락거지가 되는 시대가 왔다
주거에 대한 소유욕은 커졌으나 실현할 방법이 없다
서울에는 내 집이 없기에 지방으로 가는 것도 해결책이다
5. 경쟁 과열: 비교문화에 지친
X세대와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간다
X세대는 낀 세대가 되기 싫어 지방으로 내려간다
점수가 발목을 잡을 줄은 미처 몰랐다
6. 대퇴사: 왜 MZ세대는 대거 사표를 냈는가
달라지고 열악해진 노동환경이 자신의 일을 되돌아보게 했다
연봉이 다가 아니라 존중받는다는 느낌과 워라밸이 중요하다
MZ세대에게 퇴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7. 슬로 라이프: 그들은 살기 위해 러스틱 라이프를 결심했다
빠른 삶을 내려놓고 아주심기처럼 삶의 터전을 옮기다
바쁨이라는 안경을 벗어야 시야가 넓어지고 길이 보인다
걷기를 통해 슬로 라이프를 실현하다
8. 자아실현: 나를 위한 해방일지를 쓰다
주어진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고 나답게 살기로 하다
젊은이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무기력에 빠진다
서울에는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없었다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시간을 조절하다
3장 당신도 로컬 라이프 할 수 있습니다
1. 로컬 라이프라는 이상 현실화하기: 로컬 라이프를 계획하기 전 되짚어보자
미디어가 과장한 낭만과 환상에 속지 말자
남의 삶을 모방하지 말고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자
로컬 라이프의 성공은 운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다
2. 러스틱 라이프의 진정한 본질 깨닫기: 제대로 알아야 즐길 수 있다
러스틱 라이프는 모든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로컬 라이프는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러스틱 라이프는 상생과 로컬 발전의 열쇠다
에필로그 바람이분다, 떠나자
◆ 추천사
“지방으로 내려가 자연을 벗 삼아 나답게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걱정 반과 의심 반의 시선을 보낸다. 서울과 대도시가 중심이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로컬 라이프를 실천하며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물질주의적인 삶에 지치고 피로감을 느꼈던 과거를 치유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보상받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사람이 왜 탈물질주의를 바라고 물질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로컬 라이프가 부상했는지 알 수 있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히 이해하고 고도의 물질주의 사회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탐색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로컬 라이프는 무엇일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일까? 아니면 이미 있던 라이프스타일일까? 로컬 라이프는 환상일까? 아니면 설렘을 주는 새로운 트렌드일까? 추천사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로컬에서의 삶에 관한 책이라고 들었다. 지방에서 무언가 하는 나로서는 처음에 삐딱한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보았다. 이 책 또한 ‘농촌다움’이라는 명목으로 전원일기식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건 아닐지 하고 말이다. 정이 넘치는 농촌이나 땀 흘리고 먹는 새참과도 같은 아름다운 환상만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침을 한 방 놔주려고 했다.
하지만 지방에 대한 환상을 막연하게 풀어내는 책은 아니었다. 로컬 라이프가 왜 필요한지 조목조목 근거와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골살이에 대한 낭만과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잠깐의 여행은 지방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벌레들이 수시로 날아들고 언제 내 방으로 들어온 줄도 모르는 지네가 출몰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사무직이 없으며 기계로 편하게 한다던 농업은 찾아볼 수 없다. 일일이 허리를 숙이고 손으로 해야 하는 고된 노동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노동은 도시에서의 정신적인 노동을 능가하는 좌절을 줄지도 모른다. 지방에서의 삶을 실천하면서 버틸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면 도시 생활의 빡센 경쟁도 이겨낼 것이다. 자신감만 있다면야 도시 생활이나 시골살이나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시골살이도 도시 생활 못지않게 힘들지만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서 참 고마운 책이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
최근 지역과 로컬에 관한 관심이 높다. 과거의 귀농과 귀촌에 한정되어 있던 지방 이주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의 국가적 위기의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시골살이와 이주를 촉진하고 있다. 최근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은 다양한 가치와 저마다의 속도와 방식을 가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이 책은 대도시를 벗어나 지역으로 상상력의 폭을 늘릴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린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들을 유형별로 제시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지방으로 떠나는 이들의 동기와 사회적 배경도 설명한다.
또한 자신만의 로컬 라이프를 꿈꾸며 탈서울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이상적인 성공 사례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을 현실화하는 방법과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방법 등도 제시한다. 균형 있는 시각을 갖춘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오늘 하루도 누구보다 열심히 앞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가끔 세상 어딘가에는 나와 꼭 맞는 삶의 방식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권한다.
-권오상, 퍼즐랩·마을스테이 대표
◆ 본문 속으로
X세대의 탈물질주의는 정치적인 저항 정도에만 머물렀을 뿐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 선진국이 된 지금의 시대에서 다음 세대는 탈물질주의를 선도할 수 있을까? 청년들이 주가 되어 탈물질주의를 선도한 서구 선진국과는 다르게 한국은 세대와 계층을 불문하고 러스틱 라이프를 선도하는 이들이 곧 탈물질주의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왜 죽도록 일하고 뼈를 갈아 넣는 삶을 사는지 물으면 대부분 노년에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고 안락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지 의문스럽다.
정년퇴직한 뒤에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언젠가가 아니라 당장 여유로운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사람들은 피곤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꿈꾸기 시작했다. 최근에 러스틱 라이프가 주목받는 이유다. 러스틱 라이프란 자연과 시골로 돌아가서 생활하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자연에서 놀고 쉬며 편안함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멀어지는 이상과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을 찾아가는 탐구의 여정이자 의지의 구현이다.
-p. 7
한옥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옥캉스’가 왜 유행하는 것일까? 3대에 걸친 대가족이 한옥 호텔을 방문한 광경을 상상해 보자. 조부모는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편안한 공간에서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느낀다. 부모는 잠시 일을 내려놓고 가족들과 행복한 순간을 만끽한다. 자녀는 새로운 경험의 표현을 추구한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옥의 레트로한 감성을 힙하다고 느낀다. 세대마다 한옥을 다르게 체감하는 것이다. 한옥은 조부모 세대에게는 ‘향수’, 부모 세대에게는 ‘행복’, 자녀 세대에게는 ‘경험’을 선사한다.
-pp. 18~19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 많은 사람이 은퇴하면 자연에서 한가로이 살고 싶다는 소망을 버킷리스트에 써놓는다. 하지만 실제로 실현하는 이들은 적다. 막상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두려움을 느끼고 망설이는 것 또한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 한달살이는 왜 힙하다고 느껴질까? 우리는 도시의 각박한 삶과 각자의 생존을 고려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지방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스트레스와 불안, 무기력감, 외로움 등을 느낄 때 도시를 떠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시공간을 찾으려는 것이다.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제주살이나 다른 지역에서 한달살이하는 이들을 보며 힙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 때문에 쉬지 못하는 내가 너무 불쌍해.”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난 조금 쉬어도 돼.”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무기력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그저 불쌍한 존재이고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가해자일까? 회사가 가해자일까? 회사를 벗어나기만 하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주말에는 하루 종일 집 한구석에서 무기력하게 뻗어 있다. 일요일 밤이면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이 두려워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면 무기력할 때마다 가까운 산과 바다를 다녀오면 기분이 좋아졌다. 멀리 다녀올수록 생기를 되찾았다. 여행을 다녀오면 살아 있음을 느끼는데 살아 있는 기분은 일상이 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한다.
-pp. 24~25
코로나19는 전국의 교육환경을 비슷하게 바꿔놓았다. 도시든 지방이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됐고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과 같은 교육시설도 이용이 제한됐다. 비대면 교육과 디지털 교육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다 보니 바깥 활동을 통한 사회성 개발과 친구 관계 형성 등 많은 것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교육도 우려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학습 몰입도가 떨어지고 학습 진행과 관련해서 많은 혼선이 있었다. 사실 코로나19는 교육환경의 변화를 앞당긴 촉매제였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과 온라인 중심으로 교육 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마음 편히 뛰어놀면서 교육도 뒤처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적인 교육환경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러한 교육환경에 맞춰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얼어붙은 고용시장에서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됐다. 아예 직장을 포기하는 것은 생존 문제와 직결한다. 결국 부모는 아이들을 달랠 수밖에 없다. “엄마가 나중에 은퇴하면 여기서 사는 걸 생각해 보자.”
-p. 44
이제는 취미와 생활을 넘어서 주거까지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다양한 지역에 살아보면서 내가 어떤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지역의 숙소를 선택하고 취향에 따라 오션뷰 혹은 숲세권을 선택한다. 부동산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한달살이나 장기 여행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숙박 시스템으로는 비용도 부담스럽고 살고 싶은 지역과 주거지를 고르는 데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듯하다. 리브애니웨어의 김지연 대표는 원하는 지역에서 최소 6박에서 월 단위로 거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발달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한달살이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숙박 앱들이 몇 박 며칠 정도의 단기 위주 서비스였다면 리브애니웨어는 중장기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익숙한 곳은 안정감을 주고 새로운 곳은 설렘을 준다. 리브애니웨어는 낯선 곳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통해 설렘과 안정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기준 전국 3,300여 개 숙소와 제휴를 맺고 누적 다운로드 60만 회 이상과 투자 금액 20억 원을 유치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p. 53
귀농은 ‘사업’이다. 귀촌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안정을 누리는 것이고 귀농은 블루오션을 개척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영철 씨도 귀농을 통해 블루오션 사업을 발굴했다. 축산업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는 기존 축산업과는 다르게 농축산물을 직접 가공하고 관광과 연계한 방목장을 목표로 인생 2라운드를 설계하고자 한다.
최영철 대표가 축산업을 주목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그는 과거 해외 출장에서 현지 딜러들과 함께 목장에서 열리는 가든파티를 즐겼다. 그러다 6차 산업의 비전을 알게 됐고 축산업에서 블루오션 분야를 찾아냈다. 한우 암소 6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는데 150마리까지 증가하여 규모를 확장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하는 듯했다. 그러나 순조로워질 줄 알았던 목장은 암초를 만났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광우병 사태로 타격을 받게 되자 농업도 결국 사업임을 실감했다. 이내 외환 딜러답게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투자 원칙을 세우고 처음 결심했던 목장과 관광사업 연계라는 목표를 잡았다.
그는 귀농을 철저히 비즈니스로 다시 인식한 뒤 산 중턱에 호수를 끼고 있는 자연경관과 목장을 연계해 해피초원목장을 열었다. 1차 제조 산업, 2차 가공 산업, 3차 서비스 산업을 융복합한 6차 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해피초원목장은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전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춘천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고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도 13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체험 목장 이외에도 춘천시 농촌교육농장 체험처로 지정되어 매년 중·고등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pp. 58~59
로컬을 추구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나답게 살고 싶다.’라는 것이다. 즉 나다움이 선택의 이유다. 러스틱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은 과연 로컬에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한국 사회는 다양성과 나다움을 추구하는 탈산업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 사회가 개인의 삶과 다양성을 중시한다면 로컬을 중심으로 한 변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친환경, 커뮤니티, 개성, 다양성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로컬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컬 사업은 ‘지역성’이 핵심이다. 자연환경, 오래된 역사, 풍요로운 문화와 다채로운 지리,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건축물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활기찬 커뮤니티들. 이 모든 것이 지역성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다. 로컬 사업은 단순히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인 성공만이 아니라 지역 상생을 지향하는 원칙에서부터 출발한다. 국가 차원에서 로컬 트렌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이 번영함으로써 나다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인재들은 더 이상 도시로 떠나지 않고 지역을 선도하게 된다. 지역이 발전하면 인재 유치에 더욱 유리해져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p. 87
빈집의 특성상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낙후되고 만다. 마당의 풀과 나무들은 일주일만 관리하지 않아도 무성하게 자라고 기상 악화에 대비하지 못하면 창문이 깨진다. 이런 빈집들을 마냥 방치할 수 없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해법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특히 빈집을 둘러싼 공급과 수요의 기대는 엇갈렸다. 농어촌 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빈집 수요자들의 65%가 거주와 세컨드하우스로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분명 수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자의 80% 이상이 빈집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게 어렵다고 답했다. 공급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니 수요자의 마음이 선뜻 기울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부조화의 틈새를 다자요가 파고들었다. 빈집이라는 자원을 활용해 공급과 수요를 둘 다 충족시키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한 것이다. 그 덕분에 빈집 소유주들은 빈집 관리와 임대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고 다자요는 가공되지 않은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자요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50명의 투자자에게 총 8억 원의 투자를 받고 빈집 4채를 리모델링해 숙박업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물론 사업이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다. 2019년에는 사업을 확장하던 중 숙박업과 관련된 현행법을 어겼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사업의 길이 막혔다. 농어촌 민박은 실제로 거주하는 곳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주인 없이 운영된다는 점에서 무인텔이 아니냐는 이의가 제기된 것이다. 1년 3개월 동안 사업에 규제를 받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다자요는 해법을 찾았고 마을과 공생하는 방법으로 출구를 마련했다. 매출의 1.5%를 마을에 기부해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으로 구사업의 회복과 신사업의 성장을 중재하는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 모델’의 첫 사례로 발탁됐다. 규제에서 벗어난 다자요는 2022년까지 5개 지자체에서 빈집 50곳을 사업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p. 97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에 디지털을 붙인 신조어 ‘디지털 노마드’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간과 환경에 제약받지 않고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디지털 노마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에도 존재했다. 프리랜서가 대표적이다. 이들 중 다수가 워케이션 경험이 있다. 디지털 노마드가 워케이션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비일상적인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를 비롯한 디지털 노마드는 재택근무보다 워케이션을 선호한다. 가장 큰 이유로 재택근무는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꼽는다. 창의적인 것을 지향하는 그들은 재택근무가 맞지 않고 집에서 일하면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밖으로 나가 카페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사람이 많고 테이블이 좁아 몇 시간 동안 일하기에는 불편하다. 그래서 공유사무실을 이용하는 등 노동환경에 신경을 쓴다. 또한 직업의 특성 때문에 근무 시간이 가변적이고 휴가가 따로 없어서 휴식을 취해야 할 때 일을 하게 된다. 그들의 고민 상당 부분이 업무와 여행을 결합한 워케이션의 등장으로 해결됐다. 워라밸을 획일적으로 맞추기보다는 일과 삶을 융합하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pp. 109~110
우리는 시간이 없다는 말을 꼬리표처럼 달고 산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자본주의와 능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 전략의 결과이자 대가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현대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면서도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다. 나도 바쁘고 모두가 바쁘다. 주말에도 시간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없는 일상이 자연스럽다. 시간이 없다는 건 생산성의 증표가 됐고 이제는 시간이 남으면 불안해진다. 시간이 남는다는 건 생산성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은 게으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온종일 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노동으로만 보내는 일상과 삶이 과연 인간다운 삶이자 올바른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저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사람들은 일인 노동 자체를 훌륭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실은 그것이야말로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라고 말했다. 러셀은 일의 본질을 떠나 일을 한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을 꼬집어 말했다. 우리는 취업률과 실업률에는 예민하지만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아이는 부모의 직업은 알지만 부모가 왜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부모가 매일 근무지로 나가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는 모른다.
-pp. 126~127
◆ 책 소개
힙한 동네, 마을, 시골 이야기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탈물질주의의 개념과 그 배경, 그리고 탈물질주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시되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의 등장에 대해 다룬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이란 자연과 시골로 돌아가서 생활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자연에서 놀고 쉬며 편안함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멀어지는 이상과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을 찾아가는 탐구의 여정이자 의지의 구현이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것은 대중이 삶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를 포착했다는 뜻이다. 대중은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또한 프롤로그에서는 히피문화와 같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서구에서 탈물질주의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설명하고 한국 사회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로컬이 ‘촌스러움’에서 벗어나 ‘힙’한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1장에서는 로컬 라이프가 현대 사회에서 필요해진 이유를 설명한다. 도시 생활의 피로와 스트레스, 경쟁적인 사회 구조로 인해 사람들이 자연과 더 가까운 삶을 원하게 되었고 로컬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또한 한옥 바캉스, 세컨드 하우스, 구독 경제와 같은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다룬다. 한옥 바캉스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색다른 경험을 찾기 위해 한옥에서 보내는 휴가를 의미한다. 전통 한옥에서의 숙박은 현대적인 편의시설과 결합하여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서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자연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컨드 하우스는 도시와는 다른 지역에 마련한 두 번째 거주지로 일과 휴식을 분리하는 ‘듀얼라이프’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도심의 복잡함을 피하고 자연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세컨드 하우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오도이촌은 도시에서 평일 5일을 보내고 시골에서 주말을 보내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오도이촌은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명확한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듀얼라이프는 이와 같은 생활 방식을 실현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본인의 삶을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자녀 교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기회를 제공한다.
구독 경제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하는 형태의 경제 활동을 말한다. 생활 구독 서비스는 사람들이 선택에 대한 고민을 줄여주며, 생활의 편리함을 높여준다. 특히 주거 구독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장소에서 원하는 때에 거주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며 여행 이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정착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구독을 통한 주거 형태가 주거 문제의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은 물질적 풍요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연과 전통을 다시금 조명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주거 및 경제 활동이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탈물질주의의 유행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2장에서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로컬 라이프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경제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신적 빈곤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 노인 문제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한다.
현대 사회의 첫 번째 문제점은 정신적 빈곤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고 정신질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일상화되었으며 기술 발전이 오히려 경쟁을 심화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대 사회의 두 번째 문제점은 생산성 강박이다. 현대인들은 바쁨과 과로를 명예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모든 것을 생산성으로 환원하려는 강박이 존재한다. 이는 진정한 휴식과 여유를 방해하고 바쁨으로 마음의 불안을 잊으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노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은 종종 정신적 불안을 겪고 있으며 부모 세대도 마찬가지로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많은 사람이 경제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주거에 대한 소유욕이 커졌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이 부족하며 일부는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삼고 있다.
X세대와 젊은이들은 과열된 경쟁과 비교문화에 지쳐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MZ세대는 노동환경의 변화와 열악함 속에서 자기 일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연봉보다 워라밸과 존중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퇴사는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탈물질주의와 슬로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탈물질주의는 경제 성장을 통해 기본적인 물질적 풍요를 달성한 사회에서 경쟁과 신분 중심의 물질주의를 넘어서 개인의 삶과 다양성,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1960년대 서구 선진국에서 시작된 반전운동과 반문화운동 등에서 비롯되었으며 특히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이 기존 사회 질서에 반대하며 평화와 자유, 그리고 인간성 회복을 주장하면서 확산됐다.
많은 현대인이 물질주의적 삶에 지치고 탈물질주의에 감화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빠른 삶을 내려놓고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며 천천히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자아실현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자연 속에서 천천히 살아가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싶다는 것이다. 아직 로컬 라이프스타일은 우리 삶의 일반적인 양태로 자리 잡지는 않았다. 한국이 현대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과 압축성장의 부작용에 따른 지역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로컬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삶의 방식이 더 일반화되어야 한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은 낭만을 넘어
현실 속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도약해야 한다!
3장에서는 로컬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조언을 제공한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하고 미디어에서 그리는 낭만적인 모습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로컬 라이프를 선택하기 전에 개인은 현실적인 부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안정, 커뮤니티와의 관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직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질적인 문제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디어는 종종 로컬 라이프를 이상화하며 이를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것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리 증후군과 유사한 경험을 언급하며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모습과 현실의 괴리감이 상당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 저자 소개
정성욱
제주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고 청주대학교 건축학과 5년제를 졸업했다. 그 후 설계사무소에서 약 4년간 근무했다. 현재는 세종시에 위스키바 산문을 창업했다. 단순히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 결과다. 위스키바 산문은 단순한 바Bar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실현하고자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사회의 특색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책바를 시작으로 다양한 로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로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 책의 시작은 ‘사람들은 왜 제주를 좋아할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끊임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단순히 제주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팬데믹과 탈물질주의 사회의 흐름 속에서 지방 도시들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자연으로 떠나고자 하는가? 시골은 어떻게 ‘촌스러움’에서 벗어나 ‘힙’한 곳으로 변모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깊이 탐구했다.
현재 여러 로컬에서 이뤄지는 사례와 왜 로컬 열풍인지 배경을 탐구하고 있다. 그는 그 과정에서 각 지역이 지닌 고유한 매력, 각 지역 주민의 삶의 방식, 그리고 다양한 로컬 프로젝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로컬 라이프의 매력과 가능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속해서 로컬의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 목차
1장 당신에게는 로컬 라이프가 필요합니다
1. 힙: 러스틱 라이프는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한옥 바캉스인 옥캉스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도시생활에 지친 MZ에 의해 농촌이 각광받는다
일본에 반농반X가 있다면 한국에는 러스틱 라이프가 있다
2. 로컬: 각박한 대도시가 아닌 쉴 수 있는 로컬이 뜬다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의 매력을 경험한다
인적이 드물던 골목길에서 책과 술이 힙하게 만나다
로컬 비즈니스인 서피비치가 지역 커뮤니티를 품다
3. 주거: 세컨드하우스와 오도이촌의 시대가 열렸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명확한 오도이촌과 듀얼라이프가 뜬다
듀얼라이프는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유행했다
듀얼라이프로 도시와 시골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만을 취한다
본인의 삶과 자녀 교육을 둘 다 잡기 위해 오도이촌이 생겨났다
공유경제 서비스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제안한다
4. 구독 경제: 돈 내고 경험을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생활 구독 서비스가 일상에서 선택에 대한 고민을 줄여준다
주거를 구독해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 살 수 있다
구독 서비스가 여행이 아니라 정주의 가능성을 높였다
5. 농업: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로서의 귀농이 6차 산업의 기회를 제공하다
다양한 사업과 연결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다
농사짓기와 양조를 통해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다
귀농은 수익성과 아이템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사업이다
딸기 농사를 짓는 것에도 전략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
6. 지역경제: 디지털 노마드의 로컬 정착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다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강릉에서 더웨이브컴퍼니와 함께하다
혁신적인 로컬 업무환경으로 디지털 노마드의 휴양지를 만들다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7. 창조성: 로컬 크리에이터가 불모지를 창조적인 로컬로 변화시키다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남양주에서 만들다
아무도 안 하고 안 가면 직접 한다가 소신이다
명품 위스키생산을 통해 위스키 강국을 꿈꾼다
8. 상생: 시골 빈집을 활용해 공동체 전체에 기여하다
사회적 타협과 상생의 해법으로 위기를 극복하다
러스틱 라이프가 갈등을 줄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다
9. 다양성: 로컬 라이프는 다채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귀촌도 다양한 유형이 있고 각자의 선택을 존중받아야 한다
귀촌을 했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라이프스타일도 늘어나고 있다
10. 워케이션: 나는 휴양지에서 쉬면서 일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노동환경이 바뀌었다
워케이션은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는 노동 형태로 떠올랐다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워케이션은 MZ세대에게 곧 복지다
일과 가족을 한 번에 챙기는 워케이션이 주목받는다
2장 당신을 로컬 라이프로 초대합니다
1. 번아웃: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은 정신적 빈곤에 놓여 있다
의료기술이 발전했는데 정신질환자의 수는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이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성공의 연료가 아니지만 일상이 되었다
기술 발전이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경쟁이 심화되었다
2. 생산성 강박: 바쁨과 과로를
명예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현대인들은 마음의 여유와 머묾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모든 것을 생산성으로 환원하면 일의 본질이 잊혀진다
생산성 강박 때문에 쉬고 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게 쉰다
바쁨으로 마음의 불안을 잊는 것은 악순환의시작이다
3. 노인 문제: 노인과 부모 세대도 시골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은 스스로 죽는다
노인과 아이 사이의 부모 세대도 불안이 늘어가고 있다
과연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의 역할은 무엇인가
4. 부동산 가격 폭등: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됐다는 박탈감을 느낀다
벼락부자가 아니라 벼락거지가 되는 시대가 왔다
주거에 대한 소유욕은 커졌으나 실현할 방법이 없다
서울에는 내 집이 없기에 지방으로 가는 것도 해결책이다
5. 경쟁 과열: 비교문화에 지친
X세대와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간다
X세대는 낀 세대가 되기 싫어 지방으로 내려간다
점수가 발목을 잡을 줄은 미처 몰랐다
6. 대퇴사: 왜 MZ세대는 대거 사표를 냈는가
달라지고 열악해진 노동환경이 자신의 일을 되돌아보게 했다
연봉이 다가 아니라 존중받는다는 느낌과 워라밸이 중요하다
MZ세대에게 퇴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7. 슬로 라이프: 그들은 살기 위해 러스틱 라이프를 결심했다
빠른 삶을 내려놓고 아주심기처럼 삶의 터전을 옮기다
바쁨이라는 안경을 벗어야 시야가 넓어지고 길이 보인다
걷기를 통해 슬로 라이프를 실현하다
8. 자아실현: 나를 위한 해방일지를 쓰다
주어진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고 나답게 살기로 하다
젊은이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무기력에 빠진다
서울에는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없었다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시간을 조절하다
3장 당신도 로컬 라이프 할 수 있습니다
1. 로컬 라이프라는 이상 현실화하기: 로컬 라이프를 계획하기 전 되짚어보자
미디어가 과장한 낭만과 환상에 속지 말자
남의 삶을 모방하지 말고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자
로컬 라이프의 성공은 운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다
2. 러스틱 라이프의 진정한 본질 깨닫기: 제대로 알아야 즐길 수 있다
러스틱 라이프는 모든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로컬 라이프는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러스틱 라이프는 상생과 로컬 발전의 열쇠다
에필로그 바람이분다, 떠나자
◆ 추천사
“지방으로 내려가 자연을 벗 삼아 나답게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걱정 반과 의심 반의 시선을 보낸다. 서울과 대도시가 중심이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로컬 라이프를 실천하며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물질주의적인 삶에 지치고 피로감을 느꼈던 과거를 치유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보상받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사람이 왜 탈물질주의를 바라고 물질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로컬 라이프가 부상했는지 알 수 있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히 이해하고 고도의 물질주의 사회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탐색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로컬 라이프는 무엇일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일까? 아니면 이미 있던 라이프스타일일까? 로컬 라이프는 환상일까? 아니면 설렘을 주는 새로운 트렌드일까? 추천사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로컬에서의 삶에 관한 책이라고 들었다. 지방에서 무언가 하는 나로서는 처음에 삐딱한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보았다. 이 책 또한 ‘농촌다움’이라는 명목으로 전원일기식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건 아닐지 하고 말이다. 정이 넘치는 농촌이나 땀 흘리고 먹는 새참과도 같은 아름다운 환상만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침을 한 방 놔주려고 했다.
하지만 지방에 대한 환상을 막연하게 풀어내는 책은 아니었다. 로컬 라이프가 왜 필요한지 조목조목 근거와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골살이에 대한 낭만과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잠깐의 여행은 지방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벌레들이 수시로 날아들고 언제 내 방으로 들어온 줄도 모르는 지네가 출몰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사무직이 없으며 기계로 편하게 한다던 농업은 찾아볼 수 없다. 일일이 허리를 숙이고 손으로 해야 하는 고된 노동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노동은 도시에서의 정신적인 노동을 능가하는 좌절을 줄지도 모른다. 지방에서의 삶을 실천하면서 버틸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면 도시 생활의 빡센 경쟁도 이겨낼 것이다. 자신감만 있다면야 도시 생활이나 시골살이나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시골살이도 도시 생활 못지않게 힘들지만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서 참 고마운 책이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
최근 지역과 로컬에 관한 관심이 높다. 과거의 귀농과 귀촌에 한정되어 있던 지방 이주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의 국가적 위기의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시골살이와 이주를 촉진하고 있다. 최근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은 다양한 가치와 저마다의 속도와 방식을 가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이 책은 대도시를 벗어나 지역으로 상상력의 폭을 늘릴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린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들을 유형별로 제시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지방으로 떠나는 이들의 동기와 사회적 배경도 설명한다.
또한 자신만의 로컬 라이프를 꿈꾸며 탈서울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이상적인 성공 사례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을 현실화하는 방법과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방법 등도 제시한다. 균형 있는 시각을 갖춘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오늘 하루도 누구보다 열심히 앞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가끔 세상 어딘가에는 나와 꼭 맞는 삶의 방식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권한다.
-권오상, 퍼즐랩·마을스테이 대표
◆ 본문 속으로
X세대의 탈물질주의는 정치적인 저항 정도에만 머물렀을 뿐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 선진국이 된 지금의 시대에서 다음 세대는 탈물질주의를 선도할 수 있을까? 청년들이 주가 되어 탈물질주의를 선도한 서구 선진국과는 다르게 한국은 세대와 계층을 불문하고 러스틱 라이프를 선도하는 이들이 곧 탈물질주의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왜 죽도록 일하고 뼈를 갈아 넣는 삶을 사는지 물으면 대부분 노년에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고 안락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지 의문스럽다.
정년퇴직한 뒤에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언젠가가 아니라 당장 여유로운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사람들은 피곤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꿈꾸기 시작했다. 최근에 러스틱 라이프가 주목받는 이유다. 러스틱 라이프란 자연과 시골로 돌아가서 생활하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자연에서 놀고 쉬며 편안함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멀어지는 이상과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을 찾아가는 탐구의 여정이자 의지의 구현이다.
-p. 7
한옥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옥캉스’가 왜 유행하는 것일까? 3대에 걸친 대가족이 한옥 호텔을 방문한 광경을 상상해 보자. 조부모는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편안한 공간에서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느낀다. 부모는 잠시 일을 내려놓고 가족들과 행복한 순간을 만끽한다. 자녀는 새로운 경험의 표현을 추구한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옥의 레트로한 감성을 힙하다고 느낀다. 세대마다 한옥을 다르게 체감하는 것이다. 한옥은 조부모 세대에게는 ‘향수’, 부모 세대에게는 ‘행복’, 자녀 세대에게는 ‘경험’을 선사한다.
-pp. 18~19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 많은 사람이 은퇴하면 자연에서 한가로이 살고 싶다는 소망을 버킷리스트에 써놓는다. 하지만 실제로 실현하는 이들은 적다. 막상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두려움을 느끼고 망설이는 것 또한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 한달살이는 왜 힙하다고 느껴질까? 우리는 도시의 각박한 삶과 각자의 생존을 고려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지방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스트레스와 불안, 무기력감, 외로움 등을 느낄 때 도시를 떠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시공간을 찾으려는 것이다.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제주살이나 다른 지역에서 한달살이하는 이들을 보며 힙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 때문에 쉬지 못하는 내가 너무 불쌍해.”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난 조금 쉬어도 돼.”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무기력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그저 불쌍한 존재이고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가해자일까? 회사가 가해자일까? 회사를 벗어나기만 하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주말에는 하루 종일 집 한구석에서 무기력하게 뻗어 있다. 일요일 밤이면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이 두려워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면 무기력할 때마다 가까운 산과 바다를 다녀오면 기분이 좋아졌다. 멀리 다녀올수록 생기를 되찾았다. 여행을 다녀오면 살아 있음을 느끼는데 살아 있는 기분은 일상이 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한다.
-pp. 24~25
코로나19는 전국의 교육환경을 비슷하게 바꿔놓았다. 도시든 지방이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됐고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과 같은 교육시설도 이용이 제한됐다. 비대면 교육과 디지털 교육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다 보니 바깥 활동을 통한 사회성 개발과 친구 관계 형성 등 많은 것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교육도 우려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학습 몰입도가 떨어지고 학습 진행과 관련해서 많은 혼선이 있었다. 사실 코로나19는 교육환경의 변화를 앞당긴 촉매제였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과 온라인 중심으로 교육 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마음 편히 뛰어놀면서 교육도 뒤처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적인 교육환경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러한 교육환경에 맞춰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얼어붙은 고용시장에서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됐다. 아예 직장을 포기하는 것은 생존 문제와 직결한다. 결국 부모는 아이들을 달랠 수밖에 없다. “엄마가 나중에 은퇴하면 여기서 사는 걸 생각해 보자.”
-p. 44
이제는 취미와 생활을 넘어서 주거까지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다양한 지역에 살아보면서 내가 어떤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지역의 숙소를 선택하고 취향에 따라 오션뷰 혹은 숲세권을 선택한다. 부동산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한달살이나 장기 여행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숙박 시스템으로는 비용도 부담스럽고 살고 싶은 지역과 주거지를 고르는 데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듯하다. 리브애니웨어의 김지연 대표는 원하는 지역에서 최소 6박에서 월 단위로 거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발달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한달살이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숙박 앱들이 몇 박 며칠 정도의 단기 위주 서비스였다면 리브애니웨어는 중장기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익숙한 곳은 안정감을 주고 새로운 곳은 설렘을 준다. 리브애니웨어는 낯선 곳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통해 설렘과 안정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기준 전국 3,300여 개 숙소와 제휴를 맺고 누적 다운로드 60만 회 이상과 투자 금액 20억 원을 유치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p. 53
귀농은 ‘사업’이다. 귀촌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안정을 누리는 것이고 귀농은 블루오션을 개척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영철 씨도 귀농을 통해 블루오션 사업을 발굴했다. 축산업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는 기존 축산업과는 다르게 농축산물을 직접 가공하고 관광과 연계한 방목장을 목표로 인생 2라운드를 설계하고자 한다.
최영철 대표가 축산업을 주목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그는 과거 해외 출장에서 현지 딜러들과 함께 목장에서 열리는 가든파티를 즐겼다. 그러다 6차 산업의 비전을 알게 됐고 축산업에서 블루오션 분야를 찾아냈다. 한우 암소 6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는데 150마리까지 증가하여 규모를 확장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하는 듯했다. 그러나 순조로워질 줄 알았던 목장은 암초를 만났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광우병 사태로 타격을 받게 되자 농업도 결국 사업임을 실감했다. 이내 외환 딜러답게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투자 원칙을 세우고 처음 결심했던 목장과 관광사업 연계라는 목표를 잡았다.
그는 귀농을 철저히 비즈니스로 다시 인식한 뒤 산 중턱에 호수를 끼고 있는 자연경관과 목장을 연계해 해피초원목장을 열었다. 1차 제조 산업, 2차 가공 산업, 3차 서비스 산업을 융복합한 6차 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해피초원목장은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전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춘천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고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도 13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체험 목장 이외에도 춘천시 농촌교육농장 체험처로 지정되어 매년 중·고등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pp. 58~59
로컬을 추구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나답게 살고 싶다.’라는 것이다. 즉 나다움이 선택의 이유다. 러스틱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은 과연 로컬에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한국 사회는 다양성과 나다움을 추구하는 탈산업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 사회가 개인의 삶과 다양성을 중시한다면 로컬을 중심으로 한 변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친환경, 커뮤니티, 개성, 다양성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로컬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컬 사업은 ‘지역성’이 핵심이다. 자연환경, 오래된 역사, 풍요로운 문화와 다채로운 지리,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건축물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활기찬 커뮤니티들. 이 모든 것이 지역성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다. 로컬 사업은 단순히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인 성공만이 아니라 지역 상생을 지향하는 원칙에서부터 출발한다. 국가 차원에서 로컬 트렌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이 번영함으로써 나다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인재들은 더 이상 도시로 떠나지 않고 지역을 선도하게 된다. 지역이 발전하면 인재 유치에 더욱 유리해져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p. 87
빈집의 특성상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낙후되고 만다. 마당의 풀과 나무들은 일주일만 관리하지 않아도 무성하게 자라고 기상 악화에 대비하지 못하면 창문이 깨진다. 이런 빈집들을 마냥 방치할 수 없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해법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특히 빈집을 둘러싼 공급과 수요의 기대는 엇갈렸다. 농어촌 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빈집 수요자들의 65%가 거주와 세컨드하우스로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분명 수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자의 80% 이상이 빈집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게 어렵다고 답했다. 공급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니 수요자의 마음이 선뜻 기울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부조화의 틈새를 다자요가 파고들었다. 빈집이라는 자원을 활용해 공급과 수요를 둘 다 충족시키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한 것이다. 그 덕분에 빈집 소유주들은 빈집 관리와 임대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고 다자요는 가공되지 않은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자요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50명의 투자자에게 총 8억 원의 투자를 받고 빈집 4채를 리모델링해 숙박업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물론 사업이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다. 2019년에는 사업을 확장하던 중 숙박업과 관련된 현행법을 어겼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사업의 길이 막혔다. 농어촌 민박은 실제로 거주하는 곳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주인 없이 운영된다는 점에서 무인텔이 아니냐는 이의가 제기된 것이다. 1년 3개월 동안 사업에 규제를 받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다자요는 해법을 찾았고 마을과 공생하는 방법으로 출구를 마련했다. 매출의 1.5%를 마을에 기부해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으로 구사업의 회복과 신사업의 성장을 중재하는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 모델’의 첫 사례로 발탁됐다. 규제에서 벗어난 다자요는 2022년까지 5개 지자체에서 빈집 50곳을 사업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p. 97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에 디지털을 붙인 신조어 ‘디지털 노마드’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간과 환경에 제약받지 않고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디지털 노마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에도 존재했다. 프리랜서가 대표적이다. 이들 중 다수가 워케이션 경험이 있다. 디지털 노마드가 워케이션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비일상적인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를 비롯한 디지털 노마드는 재택근무보다 워케이션을 선호한다. 가장 큰 이유로 재택근무는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꼽는다. 창의적인 것을 지향하는 그들은 재택근무가 맞지 않고 집에서 일하면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밖으로 나가 카페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사람이 많고 테이블이 좁아 몇 시간 동안 일하기에는 불편하다. 그래서 공유사무실을 이용하는 등 노동환경에 신경을 쓴다. 또한 직업의 특성 때문에 근무 시간이 가변적이고 휴가가 따로 없어서 휴식을 취해야 할 때 일을 하게 된다. 그들의 고민 상당 부분이 업무와 여행을 결합한 워케이션의 등장으로 해결됐다. 워라밸을 획일적으로 맞추기보다는 일과 삶을 융합하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pp. 109~110
우리는 시간이 없다는 말을 꼬리표처럼 달고 산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자본주의와 능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 전략의 결과이자 대가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현대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면서도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다. 나도 바쁘고 모두가 바쁘다. 주말에도 시간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없는 일상이 자연스럽다. 시간이 없다는 건 생산성의 증표가 됐고 이제는 시간이 남으면 불안해진다. 시간이 남는다는 건 생산성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은 게으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온종일 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노동으로만 보내는 일상과 삶이 과연 인간다운 삶이자 올바른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저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사람들은 일인 노동 자체를 훌륭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실은 그것이야말로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라고 말했다. 러셀은 일의 본질을 떠나 일을 한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을 꼬집어 말했다. 우리는 취업률과 실업률에는 예민하지만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아이는 부모의 직업은 알지만 부모가 왜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부모가 매일 근무지로 나가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는 모른다.
-pp. 126~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