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현금이냐, 현물이냐
기본소득이냐, 보편적 기본서비스냐?
모두에게 똑같은 현금을 주는 대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현물을 준다!
필요에 따라 생활필수품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약간 더 많은 돈을 주머니에 넣어주고 시장에 맡길 것인가?
이 책은 2017년 10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세계번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 소개한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기본서비스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운동에 대응해 제안됐다. 따라서 기본서비스와 기본소득 사이에는 화해할 수 없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그건 모든 사람이 지불 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생활필수품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자원을 모아 위험 분담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모든 사람의 주머니 속에 약간 더 많은 돈을 넣어주고 우리의 미래를 시장에 맡기기를 원하는가?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이 책은 기본소득 논쟁 나아가 복지 논쟁에 불을 붙이기를 원하고 있다. 즉 불평등의 확대, 흔들리는 복지제도, 지속불가능한 소비 등과 같은 긴급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논쟁해보자는 것이다.
기본서비스는 ‘공동 필요’와 ‘집단 책임’이라는 두 가지 핵심 원리를 갖고 있다. 모든 인간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또 스스로 판단하고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충족돼야만 하는 일련의 동일한 기본적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공동 필요이다. 그 공동 필요를 집단이 함께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서비스의 대표적인 모델로 의료서비스와 교육을 들고 있다. 이러한 기존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돌봄, 주거, 교통, 디지털 정보 접근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의 서비스까지 확장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안에는 그래야만 하는 3가지의 기본적인 제안이 있다. 첫째는 집단 이상의 회복이다. 둘째는 충분성과 지속가능성 지향이다. 셋째는 전통적인 공공서비스 모델을 진정한 참여적인 모델로 개선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럼 왜 지금 이러한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가? 그건 그저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고 번영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과 비교해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유익하다
그럼 보편적 기본서비스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기본소득과 비교해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유익하다. 우선 평등을 살펴보자. 최저 소득층에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사회임금을 제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빈곤층이 의료 서비스나 교육 등 필수 서비스를 직접 구매할 때 소득의 4분의 3을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서비스는 소득 불평등을 평균 20퍼센트까지 축소한다. 세계번영연구소의 모형을 보면 공공서비스를 교통과 디지털 정보 접근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부유층보다 저소득층 가구에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
그다음 효율성을 살펴보자. 공공서비스는 종종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공공서비스에서 투입 대비 산출 기준으로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이 얻는’ 대부분의 실험이 실패했다. 공공 부문은 경쟁적인 상업 조직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정, 구매, 연구 등과 같은 기능을 공유해 중복을 방지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한다. 결과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시장 기반 시스템보다는 공공 시스템이 이점이 더 많다. 그리고 효율성은 숫자가 아닌 인간 삶의 번영이 기준이 돼야 한다.
세 번째는 연대이다.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는 위험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을 공유하고 함께 행동하는 집단적 정책과 실행이 필요하다. 자신만을 돌보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사회학자 뒤르켐이 언급했듯이 사회는 즉흥적으로 협력을 일으키는 고립된 선택들이 아니라 상호 간의 관심과 배려를 통해 건설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하는 목표를 지속해서 당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체계를 시사한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환경과 생태계 파괴의 방지, 경제 안정화, 기후 변화와 천연자원의 고갈 오나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짝이 아니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국제노동기구는 130개국을 대상으로 비슷한 기준으로 정의한 현금 지급 제도의 비용을 계산했는데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 비용은 국내총생산의 20~30퍼센트’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현금 지급은 기본서비스와 양립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선다. 둘은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짝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의 특성이 있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정책적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안나 쿠트
Anna Coote
신경제재단 수석 연구원
사회정책 분야의 선도적인 분석가이자 저자이자 옹호자이며 사회정의, 지속가능한 발전, 노동시간, 공공보건정책, 대중참여와 민주주의적 대화, 젠더 및 평등 등에 대해 폭넓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주4일 근무제 옹호』『보편적 기본소득: 노동조합의 관점』『새로운 사회적 커먼스 만들기』『인간, 세상의 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예방의 지혜』 등이 있다.
앤드루 퍼시
Andrew Percy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글로벌 번영연구소의 사회적 네트워크 공동 책임자이다. 그는 21세기 복지에 관한 글로벌 번영연구소의 연구를 이끌고 있다. 주요 공저로 『미래를 위한 사회적 번영: 보편적 기본서비스 제안』이 있다.
옮긴이
김은경
프랑스 파리 10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연구원에서 주로 경제적, 산업적 효율성과 혁신을 중시하는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사회적 통합을 높이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진정성’ 있는 복지 논쟁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번역 소개하게 됐다. 이 책을 통해 건강한 복지 논쟁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우리는 무엇을 함께 하고 어떻게 서로를 도울 것인가
1장 왜 지금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가
왜 부자 나라에 가난한 사람이 늘어나는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은 다르다
누구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임금의 가치는 화폐로 환산한 가치보다 크다
2장 어떻게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운영할 것인가
어떻게 운영되는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누구에게 권한이 있는가
어떤 조직 모델이 유용한가
자금 지원은 어떻게 하는가
어떻게 참여를 끌어내는가
어떤 기준으로 운영하는가
어떤 자격 조건이 필요한가
공무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보편적 기본서비스만의 주요 특징은 무엇인가
3장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평등: 소득 불평등을 줄여준다
효율성: 투입 대비 산출로 보면 안 된다
효율성: 인간 삶의 번영이 기준이 된다
연대: 공감과 책임의식이 높아진다
지속가능성: 지속 역량으로 작동한다
기본소득과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비교해보자
4장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시작: 돌봄 서비스
의료 서비스와 학교 교육에서 교훈을 얻고 배우자
‘아동 돌봄’은 조기 교육이자 집단 책임으로 해야 한다
‘성인 사회적 돌봄’은 성숙한 사회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5장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시작: 주거, 교통, ICT
모든 사람에게는 ‘주거’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교통’ 수단이 필요하다
ICT는 새로운 시대의 생활 필수 서비스다
그 누구도 굶는 일은 없어야 한다
6장 더 나은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만들어가자
정부의 권한과 역량이 바뀌어야 한다
민주적 의사결정 체제를 갖춰야 한다
대기업의 독점과 폭리를 막아야 한다
자본주의하에서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가능하다
보편적 기본서비스 비용이 늘어나지만 감당할 수 있다
기본소득과 보편적 기본서비스 둘 다를 할 수는 없다
결론 궁극의 복지 시스템으로 나아가자
역자 후기 보편적 복지국가를 향해 가자
주석
◆ 추천사
이 책이 소개하는 보편적 기본서비스 모델은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현금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 모델에 비해 불평등을 개선하면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고 재정적으로도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한국에서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가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복지정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전 서울대학교 총장
기본소득은 기존의 공급구조나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액수가 적을 때는(특히 지역화폐로 대상을 제한하면) 수요의 자극에 따른 양의 효과가 더 크다. 하지만 앞으로 그 액수가 커진다면 공급구조나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필수적인 현물 복지 제공을 우선해야 한다. 철학상으로 보편적 기본서비스와 기본소득은 양립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우선순위이다.
-정태인, 독립연구자, (전)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 (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앞으로 사회복지에는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이 책은 미래의 일과 복지제도에 관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다루고 있다. 이미 기본소득은 하나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책이 제안하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논의의 기초 자료가 되면 좋겠다.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현 제이캠퍼스 대표·연세대 명예교수
이 책에서는 저자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기본소득과 보완관계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평등, 연대, 지속가능성과 참여라는 사회민주주의의 가치 측면에서 볼 때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보편적 기본소득의 대안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 복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논쟁의 지평을 더욱 크게 확장시켜 주고 있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우리는 이 책의 저자인 안나 쿠트와 함께 ‘보편적 기본서비스’라는 새로운 논쟁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높은 단계의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논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현금이 먼저냐, 현물이 먼저냐? 우리를 기다리는 다음 논쟁이다.
-우석훈, 『88만원 세대』 저자·성결대 교수
◆ 본문 속으로
우리는 모든 사람이 지불 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생활필수품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자원을 모아 위험을 분담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모든 사람의 주머니 속에 약간 더 많은 돈을 넣어주고 우리의 미래를 시장에 맡기기를 원하는가? 보편적 기본서비스와 보편적 기본소득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차이점이 있다고 보는가? 보편적 기본소득을 집단행동의 대안이자 국가를 후퇴시키는 수단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지지자라면 특히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진보주의자들은 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p. 6
왜 지금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그건 단 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 하고 번영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복지제도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통계학적, 기술적, 생태적 도전에 충분히 대응하거나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권한을 줄이고 시장을 키 우려는 정치 세력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개인주의, 경쟁, 축재를 조장하는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을 분열시켰다. 결국 열망은 억눌리고 불안감은 고조됐으며 환경 문제는 악화되고 정치적 양극화는 가속화됐다.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강점은 공동의 이익, 목표, 상호 이해, 협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민 주주의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pp. 13~14
필요와 욕망은 다르다. 욕망은 끝을 모를 정도로 다양하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당신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죽지 않으며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고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 필요들은 대개 서로를 대체할 수 없다(물과 주택의 부족을 좀 더 많은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로 상쇄할 수 없다). 각각의 필요는 필수적인 패키지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다. 그리고 필요는 충족될 수 있다. 즉 필요에는 한도가 있다. 그 이상의 음식, 일, 안전은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해가 된다. 필요를 충족하다 보면 ‘충분성’의 지점에 도달한다. 반대로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게 될 때는 절대 오지 않는다.
필요와 욕망 또는 선호 사이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와 미래에 모든 사람의 생존과 건강과 복지를 위해 진정으로 필수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고 또 지속적이면서 증거에 기초한 윤리적 토대가 마련된다.
-p. 25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공동 필요와 집단 책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시장 가치와 개인적 지불에 근거한 그 어떤 복지제도보다 지속가능한 실천을 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게도 가치가 있다. 따라서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1987년 「브룬틀란 보고서Brun\-dland Report」가 가장 자주 인용했던 지속가능한 발전의 의미와 일치한다. 이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금 세계가 자신들의 현재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래 세대의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충족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pp. 29~30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복잡하고 도전적일 수 있다. 하지만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유익하다. 이번 장에서는 의료 서비스와 학교 교육과 같은 기존 서비스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우리가 구상하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그 밖에도 다른 필요 영역을 충족하기 위해 생겨난 단체 활동들이 잘 조직되고 지원받는다면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p. 55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성인들의 수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 다. 영국은 현재 약 350만 명의 노인이 돌봄을 필요로 하고 있는 데 2040년에는 59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15 이에 대해 대체로는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듦에 따라 다양한 만성 질환 을 앓게 되는데다 더 오래 살게 됐기 때문이라며 무비판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화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인생에서 조기에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주목하는 정책은 놀 랄 만큼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는 사 실은 자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잘 그리고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장기 질환 대부 분이 예방될 수 있다는 증거는 많다.
-p. 93
◆ 책 소개
현금이냐, 현물이냐
기본소득이냐, 보편적 기본서비스냐?
모두에게 똑같은 현금을 주는 대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현물을 준다!
필요에 따라 생활필수품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약간 더 많은 돈을 주머니에 넣어주고 시장에 맡길 것인가?
이 책은 2017년 10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세계번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 소개한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기본서비스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운동에 대응해 제안됐다. 따라서 기본서비스와 기본소득 사이에는 화해할 수 없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그건 모든 사람이 지불 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생활필수품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자원을 모아 위험 분담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모든 사람의 주머니 속에 약간 더 많은 돈을 넣어주고 우리의 미래를 시장에 맡기기를 원하는가?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이 책은 기본소득 논쟁 나아가 복지 논쟁에 불을 붙이기를 원하고 있다. 즉 불평등의 확대, 흔들리는 복지제도, 지속불가능한 소비 등과 같은 긴급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논쟁해보자는 것이다.
기본서비스는 ‘공동 필요’와 ‘집단 책임’이라는 두 가지 핵심 원리를 갖고 있다. 모든 인간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또 스스로 판단하고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충족돼야만 하는 일련의 동일한 기본적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공동 필요이다. 그 공동 필요를 집단이 함께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서비스의 대표적인 모델로 의료서비스와 교육을 들고 있다. 이러한 기존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돌봄, 주거, 교통, 디지털 정보 접근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의 서비스까지 확장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안에는 그래야만 하는 3가지의 기본적인 제안이 있다. 첫째는 집단 이상의 회복이다. 둘째는 충분성과 지속가능성 지향이다. 셋째는 전통적인 공공서비스 모델을 진정한 참여적인 모델로 개선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럼 왜 지금 이러한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가? 그건 그저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고 번영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과 비교해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유익하다
그럼 보편적 기본서비스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기본소득과 비교해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유익하다. 우선 평등을 살펴보자. 최저 소득층에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사회임금을 제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빈곤층이 의료 서비스나 교육 등 필수 서비스를 직접 구매할 때 소득의 4분의 3을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서비스는 소득 불평등을 평균 20퍼센트까지 축소한다. 세계번영연구소의 모형을 보면 공공서비스를 교통과 디지털 정보 접근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부유층보다 저소득층 가구에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
그다음 효율성을 살펴보자. 공공서비스는 종종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공공서비스에서 투입 대비 산출 기준으로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이 얻는’ 대부분의 실험이 실패했다. 공공 부문은 경쟁적인 상업 조직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정, 구매, 연구 등과 같은 기능을 공유해 중복을 방지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한다. 결과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시장 기반 시스템보다는 공공 시스템이 이점이 더 많다. 그리고 효율성은 숫자가 아닌 인간 삶의 번영이 기준이 돼야 한다.
세 번째는 연대이다.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는 위험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을 공유하고 함께 행동하는 집단적 정책과 실행이 필요하다. 자신만을 돌보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사회학자 뒤르켐이 언급했듯이 사회는 즉흥적으로 협력을 일으키는 고립된 선택들이 아니라 상호 간의 관심과 배려를 통해 건설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하는 목표를 지속해서 당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체계를 시사한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환경과 생태계 파괴의 방지, 경제 안정화, 기후 변화와 천연자원의 고갈 오나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짝이 아니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국제노동기구는 130개국을 대상으로 비슷한 기준으로 정의한 현금 지급 제도의 비용을 계산했는데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 비용은 국내총생산의 20~30퍼센트’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현금 지급은 기본서비스와 양립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선다. 둘은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짝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의 특성이 있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정책적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안나 쿠트
Anna Coote
신경제재단 수석 연구원
사회정책 분야의 선도적인 분석가이자 저자이자 옹호자이며 사회정의, 지속가능한 발전, 노동시간, 공공보건정책, 대중참여와 민주주의적 대화, 젠더 및 평등 등에 대해 폭넓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주4일 근무제 옹호』『보편적 기본소득: 노동조합의 관점』『새로운 사회적 커먼스 만들기』『인간, 세상의 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예방의 지혜』 등이 있다.
앤드루 퍼시
Andrew Percy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글로벌 번영연구소의 사회적 네트워크 공동 책임자이다. 그는 21세기 복지에 관한 글로벌 번영연구소의 연구를 이끌고 있다. 주요 공저로 『미래를 위한 사회적 번영: 보편적 기본서비스 제안』이 있다.
옮긴이
김은경
프랑스 파리 10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연구원에서 주로 경제적, 산업적 효율성과 혁신을 중시하는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사회적 통합을 높이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진정성’ 있는 복지 논쟁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번역 소개하게 됐다. 이 책을 통해 건강한 복지 논쟁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우리는 무엇을 함께 하고 어떻게 서로를 도울 것인가
1장 왜 지금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가
왜 부자 나라에 가난한 사람이 늘어나는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은 다르다
누구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임금의 가치는 화폐로 환산한 가치보다 크다
2장 어떻게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운영할 것인가
어떻게 운영되는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누구에게 권한이 있는가
어떤 조직 모델이 유용한가
자금 지원은 어떻게 하는가
어떻게 참여를 끌어내는가
어떤 기준으로 운영하는가
어떤 자격 조건이 필요한가
공무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보편적 기본서비스만의 주요 특징은 무엇인가
3장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평등: 소득 불평등을 줄여준다
효율성: 투입 대비 산출로 보면 안 된다
효율성: 인간 삶의 번영이 기준이 된다
연대: 공감과 책임의식이 높아진다
지속가능성: 지속 역량으로 작동한다
기본소득과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비교해보자
4장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시작: 돌봄 서비스
의료 서비스와 학교 교육에서 교훈을 얻고 배우자
‘아동 돌봄’은 조기 교육이자 집단 책임으로 해야 한다
‘성인 사회적 돌봄’은 성숙한 사회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5장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시작: 주거, 교통, ICT
모든 사람에게는 ‘주거’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교통’ 수단이 필요하다
ICT는 새로운 시대의 생활 필수 서비스다
그 누구도 굶는 일은 없어야 한다
6장 더 나은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만들어가자
정부의 권한과 역량이 바뀌어야 한다
민주적 의사결정 체제를 갖춰야 한다
대기업의 독점과 폭리를 막아야 한다
자본주의하에서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가능하다
보편적 기본서비스 비용이 늘어나지만 감당할 수 있다
기본소득과 보편적 기본서비스 둘 다를 할 수는 없다
결론 궁극의 복지 시스템으로 나아가자
역자 후기 보편적 복지국가를 향해 가자
주석
◆ 추천사
이 책이 소개하는 보편적 기본서비스 모델은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현금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 모델에 비해 불평등을 개선하면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고 재정적으로도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한국에서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가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복지정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전 서울대학교 총장
기본소득은 기존의 공급구조나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액수가 적을 때는(특히 지역화폐로 대상을 제한하면) 수요의 자극에 따른 양의 효과가 더 크다. 하지만 앞으로 그 액수가 커진다면 공급구조나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필수적인 현물 복지 제공을 우선해야 한다. 철학상으로 보편적 기본서비스와 기본소득은 양립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우선순위이다.
-정태인, 독립연구자, (전)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 (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앞으로 사회복지에는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이 책은 미래의 일과 복지제도에 관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다루고 있다. 이미 기본소득은 하나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책이 제안하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논의의 기초 자료가 되면 좋겠다.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현 제이캠퍼스 대표·연세대 명예교수
이 책에서는 저자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기본소득과 보완관계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평등, 연대, 지속가능성과 참여라는 사회민주주의의 가치 측면에서 볼 때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보편적 기본소득의 대안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 복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논쟁의 지평을 더욱 크게 확장시켜 주고 있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우리는 이 책의 저자인 안나 쿠트와 함께 ‘보편적 기본서비스’라는 새로운 논쟁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높은 단계의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논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현금이 먼저냐, 현물이 먼저냐? 우리를 기다리는 다음 논쟁이다.
-우석훈, 『88만원 세대』 저자·성결대 교수
◆ 본문 속으로
우리는 모든 사람이 지불 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생활필수품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자원을 모아 위험을 분담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모든 사람의 주머니 속에 약간 더 많은 돈을 넣어주고 우리의 미래를 시장에 맡기기를 원하는가? 보편적 기본서비스와 보편적 기본소득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차이점이 있다고 보는가? 보편적 기본소득을 집단행동의 대안이자 국가를 후퇴시키는 수단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지지자라면 특히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진보주의자들은 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p. 6
왜 지금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그건 단 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 하고 번영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복지제도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통계학적, 기술적, 생태적 도전에 충분히 대응하거나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권한을 줄이고 시장을 키 우려는 정치 세력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개인주의, 경쟁, 축재를 조장하는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을 분열시켰다. 결국 열망은 억눌리고 불안감은 고조됐으며 환경 문제는 악화되고 정치적 양극화는 가속화됐다.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강점은 공동의 이익, 목표, 상호 이해, 협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민 주주의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pp. 13~14
필요와 욕망은 다르다. 욕망은 끝을 모를 정도로 다양하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당신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죽지 않으며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고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 필요들은 대개 서로를 대체할 수 없다(물과 주택의 부족을 좀 더 많은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로 상쇄할 수 없다). 각각의 필요는 필수적인 패키지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다. 그리고 필요는 충족될 수 있다. 즉 필요에는 한도가 있다. 그 이상의 음식, 일, 안전은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해가 된다. 필요를 충족하다 보면 ‘충분성’의 지점에 도달한다. 반대로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게 될 때는 절대 오지 않는다.
필요와 욕망 또는 선호 사이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와 미래에 모든 사람의 생존과 건강과 복지를 위해 진정으로 필수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고 또 지속적이면서 증거에 기초한 윤리적 토대가 마련된다.
-p. 25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공동 필요와 집단 책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시장 가치와 개인적 지불에 근거한 그 어떤 복지제도보다 지속가능한 실천을 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게도 가치가 있다. 따라서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1987년 「브룬틀란 보고서Brun\-dland Report」가 가장 자주 인용했던 지속가능한 발전의 의미와 일치한다. 이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금 세계가 자신들의 현재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래 세대의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충족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pp. 29~30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복잡하고 도전적일 수 있다. 하지만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유익하다. 이번 장에서는 의료 서비스와 학교 교육과 같은 기존 서비스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우리가 구상하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그 밖에도 다른 필요 영역을 충족하기 위해 생겨난 단체 활동들이 잘 조직되고 지원받는다면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p. 55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성인들의 수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 다. 영국은 현재 약 350만 명의 노인이 돌봄을 필요로 하고 있는 데 2040년에는 59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15 이에 대해 대체로는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듦에 따라 다양한 만성 질환 을 앓게 되는데다 더 오래 살게 됐기 때문이라며 무비판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화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인생에서 조기에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주목하는 정책은 놀 랄 만큼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는 사 실은 자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잘 그리고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장기 질환 대부 분이 예방될 수 있다는 증거는 많다.
-p. 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