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팬데믹, 산불, 대형사고, 태풍, 홍수, 분쟁의 시대에
국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국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이 내부자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닥쳐올 위기에서 경험을 살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남긴 기록이다. 먼저 산불, 재난, 해외 사고 사례를 통해 위기가 단일 기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여러 역량이 어떻게 모이고 조정되는지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다음 재난과 안보를 분리해 온 기존 체계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흔들렸는지를 드러내며 군사적 상황은 물론 비군사적 재난에서도 안보 조직과 국가 자원의 통합이 필요해지는 순간들을 다룬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따라가며 위기 대응에서 판단의 기준이 경험이나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와 정보의 축적과 해석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내부 시선에서 기록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국가들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비교하며 위기 상황에서 판단 주체와 조정 권한이 명확한 구조가 왜 중요한지를 한국의 사례와 나란히 놓고 보여준다. 이 책은 위기 대응의 문제를 사건이나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구조와 작동 방식의 문제로 옮겨 놓는다.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이 기록한 대한민국 위기관리 실전 보고서!
복합위기가 계속될 것이지만 ‘예견된 참사’라는 말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기후 위기, 군사 외교적 분쟁, 감염병, 대형사고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산불은 해마다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를 새로 쓰고 폭우와 태풍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전쟁과 재난이 이어지고 국내에서는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사고처럼 ‘막을 수도 있었던 비극’이 반복됐다. 이제 질문은 분명해졌다. 국가는 위기 앞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반복된 실수를 막을 수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사건의 결과를 놓고 책임을 따지지 않는다. 대신 위기가 발생한 바로 그 순간 정부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추적한다. 누가 보고했고 어떤 정보가 공유됐으며 무엇이 결정되고 무엇이 지연됐는지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한다.
이 책의 저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 강원도 대형산불, 태풍과 홍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중국 우한 교민 철수, 코로나19 등 굵직한 위기를 현장에서 총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당시를 기록하며 왜 어떤 위기에서는 국가가 작동했고 어떤 위기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는가를 짚어나간다. 위기는 매번 달랐지만 실패 원인은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정보는 있었지만 공유되지 않았고 매뉴얼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고 책임은 나뉘고 지휘는 없었다. 반대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순간에는 공통된 조건이 있었다. 초기대응, 통합된 판단, 그리고 명확한 컨트롤타워였다. 국가는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예기치 않은 위기 속에서도 많은 국민을 지킬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작동의 조건’을 보여준다.
위기와 위험은 반복되지만 실패는 반복돼선 안 된다
하나의 정부가 아니라 ‘통합된 국가’가 움직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기관리 체계는 대형 재난을 계기로 변화해 왔다.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사건, 감염병 유행 등은 위기관리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였고 그때마다 조직 개편과 제도 보완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관된 방향을 갖기보다는 정부 교체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흔들렸다.
국가위기관리센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포괄안보 개념을 바탕으로 출범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능이 축소되거나 확대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재난과 안보를 통합해 관리할 것인가, 분리할 것인가는 정부마다 다른 선택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사례로 보여준다. 국가적 재난은 한 기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이 주관하지만 불길이 도심으로 번질 가능성이 생기는 순간 소방, 경찰, 지자체, 군까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관들이 각자의 매뉴얼과 판단만으로는 효율적으로 협력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저자는 강원 산불 사례를 통해 통합된 정보공유와 판단 구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국가지도통신망을 활용한 실시간 화상회의, 기관 간 역할 조정, 대응 주도권의 전환은 결과적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대로 통합 조정이 약화된 체계에서 대응이 어떻게 분절되는지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위기는 언제나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산불은 재난이자 안보 문제였고 감염병은 보건을 넘어 외교와 군의 역할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중요한 것은 개별 기관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 있었는가였다. 성공적으로 막아낸 재난과 그렇지 못했던 재난의 차이는 현장의 헌신뿐 아니라 정보공유, 지휘 체계, 그리고 초기대응의 속도에서 갈렸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컨트롤타워’를 강조한다. 컨트롤타워란 단순히 상황을 보고받는 조직이 아니다. 여러 부처와 기관의 정보를 통합하고 판단을 하나로 모으고 필요한 자원을 즉각 배분하는 기능이다. 이 책은 그 컨트롤타워가 실제로 작동했던 순간과 작동하지 못했던 순간을 대비시킨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중국 우한 교민 철수 사례는 국가의 역할이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외교, 군, 행정이 어떻게 하나의 체계로 엮였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린다. ‘누가 책임자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했는가’가 결과를 바꿨다. 코로나19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K-방역을 성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아침 보고된 데이터,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선택, 그리고 판단이 늦어졌을 때의 위험을 차분히 기록한다.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결단과 조율을 요구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국가적 위기 앞에 안보와 재난은 더 이상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고. 감염병, 기후 재난, 해양 사고, 드론 위협은 모두 국가 위기다. 이 책은 전통적 안보 중심의 위기관리 체계가 왜 한계에 부딪히는지를 짚으며 포괄안보 관점의 통합 대응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위기관리의 성패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국가는 모든 위기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피해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은 위기 대응의 성패가 개인의 능력이나 현장의 우연에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판단이 모이고 정보가 공유되고 책임과 권한이 명확할 때 대응은 달라진다. 이 책은 국가 위기관리 체제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기록한 경험적 서술이다. 이 기록은 과거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위기에 대해 더 나은 논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다음 위기에서 국가는 어떤 모습으로 작동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제대로 작동할 국가를 준비하고 있는가.
◆ 저자 소개
강건작
부산에서 태어나 경기도 안양에서 성장했다. 1985년 1월 육군사관학교 45기로 입교하여 2023년 7월 전역할 때까지 38년 7개월간 전후방 각지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했다. 1989년 임관 이후 소대장부터 군단장까지 거의 모든 제대의 지휘관과 주요 참모를 역임하고 육군본부, 국방부, 연합사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위기관리 분야에 대한 그의 이력은 특별하다. 국방부 장관실의 국방정책총괄장교로 있을 때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다. 당시 국방장관을 보좌하며 국가적 위기에서 정부와 군이 어떻게 위기에 대응하는지를 매우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육군참모총장실 정책과장 재직 시에는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 ‘28사단 의무병 폭행살해 사건’ 등의 정책 실무자로 후속조치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3야전군 작전과장 시절에는 북한의 ‘1사단 DMZ 목함지뢰 도발’ ‘22사단 GOP 포격 도발’ 상황을 사령부 작전 실무자로 마주해야 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처장 재임 시에 북한이 갑자기 미사일 시험발사 횟수를 크게 늘렸고 6차 핵실험도 실시했다.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 사이에서 정보와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고급 장교로 수많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몸소 겪으며 위기관리에 대한 통찰을 갖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전방 사단장을 하다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 발탁됐다. 강원도 속초 대형산불부터 헝가리 유람선 침몰, 아프리카돼지열병, 독도 소방헬기 추락, 대형태풍과 극한 폭우, 그리고 코로나19까지 현대사에 기록될 국가적 위기들이 그의 재임기간에 발생했다. 대한민국은 비교적 슬기롭게 대부분의 위기를 극복했고 국민의 일상을 지켜냈다. 이어 국방개혁비서관으로 임용돼 전략미사일 개발, 전작권 전환, 장병 급식체계 개선, 주요 핵심 무기 도입 사업 등에 관여했다. 육군 교육사령관 시절에는 마지막 열정을 불살라 육군 ‘미래혁신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4개월 만에 연구를 완성해 세미나를 통해 육군 장군들에게 대한민국 육군이 나가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강군의 조건』이 있다.
◆ 목차
서문 국가위기관리체제에 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
1장 정부의 역량을 모아 대처하자
1. 괴물 산불: 정보공유와 소통이 핵심이다
2019년 4월 4일 밤 강원도 산불 / 실시간 정부 소통 체계를 마련하다 / 기후 변화가 괴물 산불을 만들다 / 괴물 산불이 2025년까지 이어지다 / 재난안전관리본부는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는가 / 범정부 차원의 판단과 통합적 대응이 핵심이다
2. 해외에서의 국민 보호: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중국 우한
세계 어디서든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 현지에 범정부 구조대를 조직하여 즉각 파견하다 / 외교부에 범정부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만들다 / 헝가리 유람선 사고가 해외재난 대응의 새 이정표가 되다 /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다 / 봉쇄된 우한시의 교민들을 안전하게 철수시키다 / 코로나19 범정부 대응체계가 완비되다
3. 태풍과 홍수: 기후변화의 역습이 시작되다
2019년 태풍은 새로운 재난의 예고편이었다 / 기후변화로 극한 폭우와 초강력 태풍은 계속된다 / 부산 지하차도 침수를 겪고도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맞다 / 경각심 부족이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를 가져오다 / 섬진강 홍수 뒤에는 시스템의 부실이 있었다 /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와 태풍 관리가 더 중요해지다
2장 안보와 재난의 벽을 허물자
4.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임진강 홍수 : 재난은 철책으로 막을 수 없다
경기도 북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다 /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서 유입됐음을 밝히다 / 야생 멧돼지 남하를 막기 위해 광역 울타리를 설치하다 / 야생 멧돼지 이동 차단 울타리는 그 역할을 다했다 / 북한과의 군사적 경쟁과 재난 협력은 분리돼야 한다
5. 해양 재난과 백신수송지원: 국가 역량을 모두 투입하라
독도 해상에 소방 구조헬기가 추락하다 / 차가운 제주 바다에 대성호와 창진호가 침몰하다 / 해양재난에는 해경과 군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 군이 코로나19 백신 수송과 경계를 담당하다 / 군의 헌신은 코로나19 극복의 버팀목이었다
6. 드론, 배타적경제수역, 방공식별구역: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의 초석이 마련되다 / 새롭게 대두된 배타적경제수역의 국가 이익을 지켜라 / 한국방공식별구역 무단진입에 강한 의지로 답해야 한다 / 안보문제는 대부분 북한과의 마찰에서 기인한다
3장 데이터가 국민의 생명을 구한다
7. 코로나19 데이터와 정책: 정치 아닌 과학적 데이터로 움직이다
매일 아침 코로나19 일일 상황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하다 / 중국인 입국금지 정책은 더 큰 위험이었다 / 생활치료센터로 의료체계 붕괴 위기를 넘기다 / K방역의 3T 정책이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다 / 바이스러스를 극복한 장병들이 방역 정책으로 고통받다
8. 코로나19 극복 219: 데이터로 예측하고 대응하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예측 그래프를 그리다 / 서울 재확산 때 테헤란로 집단감염 문제를 짚어내다 / 코로나19 극복의 주인공은 공무원과 국민이었다
4장 위기 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자
9. 세계의 위기관리 시스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서 배우자
미국, 대통령 중심의 통합형 시스템을 구축하다 / 일본, 총리를 정점으로 한 통합 대응 시스템을 갖추다 / 영국, 내각 중심의 이원 통합형 체제로 진화하다 / 프랑스, 대통령과 총리가 책임과 역할을 유연하게 분담하다 / 러시아, 강력한 중앙통제구조를 유지해 오다 / 포괄안보 체제에서 초기대응과 통합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10. 한국의 위기관리 시스템: 복합위기에 대비할 통합성이 부족하다
국가 위기 대응은 복합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 세분화된 법체계와 분산된 대응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 / 재난안전기본법은 제정됐으나 국가통합적 대응은 부족하다
11. 대통령 중심의 포괄안보 체제: 포괄적・통합적 대응체제가 필요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포괄안보를 다루자 / 복합 위기에 대비한 포괄적·통합적 대응체제를 만들자 /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대통령 직속으로 확대하자 /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모든 국가위기를 다루게 하자 / 포괄안보를 담은 국가위기관리기본법을 제정하자
후기 위기관리 체제는 개인의 능력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
미주
◆ 추천사
내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국가위기관리의 중책을 맡았던 사람이 강건작 장군이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강원도 산불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쉼 없이 밀려드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탁월한 식견과 현장 감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초기 밤낮없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던 그의 헌신적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현장의 생생한 경험과 정책적 고뇌가 녹아있는 이 책이 대한민국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귀중한 자산이 되길 기대한다.
-정의용, 전국가안보실장・전외교부장관
국정원장 시절부터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할 때까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국가 위기와 수많은 재해재난 그리고 안보 위기 속에서 강건작 센터장의 활약을 매우 가까이 지켜보았다. 이 책은 당시 긴박했던 순간들의 기록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위기관리는 박제된 매뉴얼을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고 국가 자원을 적시에 동원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고의 집단적 지성이 발현돼야 한다. 이 책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법령과 시스템과 매뉴얼이라는 뼈대, 현장성이라는 살, 판단과 결정이라는 정신이 결합해 국가가 재해재난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그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와 나갈 길을 보여주고 있다.
-서훈, 전국정원장・전국가안보실장
‘위험’이란 주제는 탈근대 사회의 중심 화두이다. 위험 사회는 인위적 위험이 중심이 된 사회로 적절한 식별과 대처가 없으면 위험은 재앙 재난이 된다. 그래서 위험사회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안전’이 중심 과제인 사회이다. 우리는 이미 위험사회를 살고 있다. 그런데 오래전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평하는 한국은 유독 이 위험에 대한 면역성이 강하다. 주기적으로 또 비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위기에 대해 한국 사회는 망각의 습관을 반복해 왔다. 한국의 세 번째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을 지내며 안전 및 포괄안보의 확장적 개념을 고민해 온 저자는 지적된 한국사회의 심각한 병증에 대한 가감 없는 진단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 지표에 따른 선진국을 넘어 ‘성찰적 근대’ 사회로 나가기 위해 꼭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다. 관련 분야 전문가뿐 아니라 관심 있는 모든 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신범식,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강건작 전 장군은 확고한 사명감과 문제 해결 역량을 겸비한 ‘공부하는 군인’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서 위기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체계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통해 국가적 난제들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했다. 특히 미래 위기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 위기관리 전략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의 전문성이 미래 사회의 위기를 최소화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인석, 르리앙 대표・이랜드 경영고문
◆ 본문 속으로
나는 먼저 국가지도통신망의 평상시 운용 실태를 긴급히 점검해보도록 했다. 연 1회 훈련할 때만 한시적으로 사용해오다 보니 대부분 기관이 단말기를 꺼두고 있었다. 기관장실이나 상황실에 있어야 할 장비가 담당 실무자 책상 옆에서 잠자고 있었다. 실무자가 공석이거나 자리를 비우면 무용지물이었다. 국가 비상시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유지하는 시스템이 정작 비상시에 가동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정작 국가지도통신망 운용과 유지를 담당하는 행안부는 물론이고 군을 비롯한 대다수 정부 기관이 시스템의 평시 활용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2019년 1월 중순에 나는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서 국가지도통신망에 가입된 모든 기관은 24시간 가동상태를 유지하라는 지시 공문을 하달했다. 상황실이 있는 조직은 상황실에서 하고 상황실이 없는 조직은 기관장실로 시스템을 옮기도록 했다. 행안부 담당 부서에는 무작위 긴급호출로 가동상태를 수시 점검하도록 했다. 여러 곳에서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때마다 취지를 더 자세히 설명하고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불만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달라진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pp. 28~29
2000년대 초반 태풍 ‘루사’(2002), ‘매미’(2003),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2003) 등으로 재난관리의 총괄 조정 기능 강화가 사회적 요구로 부상했다. 2004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이 제정되면서 재난관리에 대한 국가적 틀이 정비됐다. 행정자치부 외청으로 ‘소방방재청’이 설치되어 소방, 방재, 민방위, 안전관리 등의 기능을 담당했다. 또한 국무총리실에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재난과 안전관리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하는 기능도 마련됐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기존 재난관리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같은 해 국무총리 직속의 국민안전처가 신설됐다. 국민안전처는 행정자치부의 안전 기능, 해양수산부의 해양경비와 해상안전 기능, 소방방재청의 기능 등을 통합하여 재난·안전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목표로 출범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는 통합 과정에서 조직 간 기능 중복, 권한 조정의 어려움, 현장 대응과 정책 조정 간 균형 부족 등의 문제점이 계속 제기됐다. 특히 메르스 감염병 재난이 발생하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p. 40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재난은 발생 초기부터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황의 확산도 최소화하고 피해도 차단될 수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재난은 산불 외에도 많다. 도심 건물 화재, 대규모 붕괴사고나 폭발사고, 다중 밀집 인파사고, 대규모 유해물질 누출사고, 지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재난은 초기의 통합적 상황 조치가 피해 규모를 가른다. 점진적, 단계적, 절차적 재난 대응체계가 가진 한계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정부 구조상 국가적 자원을 제도적 제약 없이 신속히 결정하고 투입할 수 있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참여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실에는 시간 지연 없이 상시로 위기 대응을 할 수 있는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제도와 시스템에서 대통령실은 전통적 안보뿐 아니라 재난 위기까지 모든 국가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최적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몇몇 정부가 그 역할을 스스로 제한했을 뿐이다.
-p. 48
2020년 1월 20일 국내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30대 중국 국적 여성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상향 조정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를 구성하여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팀은 첫 확진자 발생 사실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주요 직위자에게 즉각 보고했다. 방역 당국의 조치 사항도 함께 첨부했다.
확진자 발생 상황은 질병관리본부의 방대본이 주도해서 대응했다. 그런데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보기에 방역 당국의 대응 속도가 생각보다 늦고 질병관리본부가 분주하기는 하나 대응에 버거워하는 듯 보였다. 우리나라 감염병 방역 정책은 신종플루(2009년)와 메르스(2015년) 확산 이후 크게 개선됐다고 파악했는데 실상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p. 64
나는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수본과 행안부의 대책지원본부 기능을 통합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가동할 필요가 있었다. 중대본을 중심으로 정부 기능을 통합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일 나는 행안부 재난안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복합재난을 총괄하는 행안부가 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해 중대본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마침 행안부 자체 회의 중에 전화 통화가 돼 행안부 내부에서 중대본 구성 문제가 급격히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때까지 감염병 재난에서 단 한 번도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중대본을 구성한 사례가 없었다.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수본이 최고 대응체계였다. 감염병 대응에는 보건의료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는 중요한 상황 변화에 맞춰 대응체계도 변경해야 하는 당연한 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내 전화는 다른 통로로 청와대 내부로 알려졌고 새로운 논란의 촉발점이 됐다. 사회정책수석실, 국정상황실 등에서 논의가 있었다.
-p. 80
◆ 책 소개
팬데믹, 산불, 대형사고, 태풍, 홍수, 분쟁의 시대에
국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국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이 내부자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닥쳐올 위기에서 경험을 살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남긴 기록이다. 먼저 산불, 재난, 해외 사고 사례를 통해 위기가 단일 기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여러 역량이 어떻게 모이고 조정되는지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다음 재난과 안보를 분리해 온 기존 체계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흔들렸는지를 드러내며 군사적 상황은 물론 비군사적 재난에서도 안보 조직과 국가 자원의 통합이 필요해지는 순간들을 다룬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따라가며 위기 대응에서 판단의 기준이 경험이나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와 정보의 축적과 해석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내부 시선에서 기록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국가들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비교하며 위기 상황에서 판단 주체와 조정 권한이 명확한 구조가 왜 중요한지를 한국의 사례와 나란히 놓고 보여준다. 이 책은 위기 대응의 문제를 사건이나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구조와 작동 방식의 문제로 옮겨 놓는다.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이 기록한 대한민국 위기관리 실전 보고서!
복합위기가 계속될 것이지만 ‘예견된 참사’라는 말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기후 위기, 군사 외교적 분쟁, 감염병, 대형사고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산불은 해마다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를 새로 쓰고 폭우와 태풍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전쟁과 재난이 이어지고 국내에서는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사고처럼 ‘막을 수도 있었던 비극’이 반복됐다. 이제 질문은 분명해졌다. 국가는 위기 앞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반복된 실수를 막을 수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사건의 결과를 놓고 책임을 따지지 않는다. 대신 위기가 발생한 바로 그 순간 정부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추적한다. 누가 보고했고 어떤 정보가 공유됐으며 무엇이 결정되고 무엇이 지연됐는지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한다.
이 책의 저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 강원도 대형산불, 태풍과 홍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중국 우한 교민 철수, 코로나19 등 굵직한 위기를 현장에서 총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당시를 기록하며 왜 어떤 위기에서는 국가가 작동했고 어떤 위기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는가를 짚어나간다. 위기는 매번 달랐지만 실패 원인은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정보는 있었지만 공유되지 않았고 매뉴얼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고 책임은 나뉘고 지휘는 없었다. 반대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순간에는 공통된 조건이 있었다. 초기대응, 통합된 판단, 그리고 명확한 컨트롤타워였다. 국가는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예기치 않은 위기 속에서도 많은 국민을 지킬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작동의 조건’을 보여준다.
위기와 위험은 반복되지만 실패는 반복돼선 안 된다
하나의 정부가 아니라 ‘통합된 국가’가 움직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기관리 체계는 대형 재난을 계기로 변화해 왔다.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사건, 감염병 유행 등은 위기관리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였고 그때마다 조직 개편과 제도 보완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관된 방향을 갖기보다는 정부 교체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흔들렸다.
국가위기관리센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포괄안보 개념을 바탕으로 출범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능이 축소되거나 확대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재난과 안보를 통합해 관리할 것인가, 분리할 것인가는 정부마다 다른 선택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사례로 보여준다. 국가적 재난은 한 기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이 주관하지만 불길이 도심으로 번질 가능성이 생기는 순간 소방, 경찰, 지자체, 군까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관들이 각자의 매뉴얼과 판단만으로는 효율적으로 협력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저자는 강원 산불 사례를 통해 통합된 정보공유와 판단 구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국가지도통신망을 활용한 실시간 화상회의, 기관 간 역할 조정, 대응 주도권의 전환은 결과적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대로 통합 조정이 약화된 체계에서 대응이 어떻게 분절되는지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위기는 언제나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산불은 재난이자 안보 문제였고 감염병은 보건을 넘어 외교와 군의 역할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중요한 것은 개별 기관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 있었는가였다. 성공적으로 막아낸 재난과 그렇지 못했던 재난의 차이는 현장의 헌신뿐 아니라 정보공유, 지휘 체계, 그리고 초기대응의 속도에서 갈렸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컨트롤타워’를 강조한다. 컨트롤타워란 단순히 상황을 보고받는 조직이 아니다. 여러 부처와 기관의 정보를 통합하고 판단을 하나로 모으고 필요한 자원을 즉각 배분하는 기능이다. 이 책은 그 컨트롤타워가 실제로 작동했던 순간과 작동하지 못했던 순간을 대비시킨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중국 우한 교민 철수 사례는 국가의 역할이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외교, 군, 행정이 어떻게 하나의 체계로 엮였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린다. ‘누가 책임자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했는가’가 결과를 바꿨다. 코로나19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K-방역을 성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아침 보고된 데이터,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선택, 그리고 판단이 늦어졌을 때의 위험을 차분히 기록한다.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결단과 조율을 요구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국가적 위기 앞에 안보와 재난은 더 이상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고. 감염병, 기후 재난, 해양 사고, 드론 위협은 모두 국가 위기다. 이 책은 전통적 안보 중심의 위기관리 체계가 왜 한계에 부딪히는지를 짚으며 포괄안보 관점의 통합 대응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위기관리의 성패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국가는 모든 위기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피해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은 위기 대응의 성패가 개인의 능력이나 현장의 우연에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판단이 모이고 정보가 공유되고 책임과 권한이 명확할 때 대응은 달라진다. 이 책은 국가 위기관리 체제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기록한 경험적 서술이다. 이 기록은 과거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위기에 대해 더 나은 논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다음 위기에서 국가는 어떤 모습으로 작동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제대로 작동할 국가를 준비하고 있는가.
◆ 저자 소개
강건작
부산에서 태어나 경기도 안양에서 성장했다. 1985년 1월 육군사관학교 45기로 입교하여 2023년 7월 전역할 때까지 38년 7개월간 전후방 각지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했다. 1989년 임관 이후 소대장부터 군단장까지 거의 모든 제대의 지휘관과 주요 참모를 역임하고 육군본부, 국방부, 연합사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위기관리 분야에 대한 그의 이력은 특별하다. 국방부 장관실의 국방정책총괄장교로 있을 때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다. 당시 국방장관을 보좌하며 국가적 위기에서 정부와 군이 어떻게 위기에 대응하는지를 매우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육군참모총장실 정책과장 재직 시에는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 ‘28사단 의무병 폭행살해 사건’ 등의 정책 실무자로 후속조치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3야전군 작전과장 시절에는 북한의 ‘1사단 DMZ 목함지뢰 도발’ ‘22사단 GOP 포격 도발’ 상황을 사령부 작전 실무자로 마주해야 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처장 재임 시에 북한이 갑자기 미사일 시험발사 횟수를 크게 늘렸고 6차 핵실험도 실시했다.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 사이에서 정보와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고급 장교로 수많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몸소 겪으며 위기관리에 대한 통찰을 갖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전방 사단장을 하다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 발탁됐다. 강원도 속초 대형산불부터 헝가리 유람선 침몰, 아프리카돼지열병, 독도 소방헬기 추락, 대형태풍과 극한 폭우, 그리고 코로나19까지 현대사에 기록될 국가적 위기들이 그의 재임기간에 발생했다. 대한민국은 비교적 슬기롭게 대부분의 위기를 극복했고 국민의 일상을 지켜냈다. 이어 국방개혁비서관으로 임용돼 전략미사일 개발, 전작권 전환, 장병 급식체계 개선, 주요 핵심 무기 도입 사업 등에 관여했다. 육군 교육사령관 시절에는 마지막 열정을 불살라 육군 ‘미래혁신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4개월 만에 연구를 완성해 세미나를 통해 육군 장군들에게 대한민국 육군이 나가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강군의 조건』이 있다.
◆ 목차
서문 국가위기관리체제에 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
1장 정부의 역량을 모아 대처하자
1. 괴물 산불: 정보공유와 소통이 핵심이다
2019년 4월 4일 밤 강원도 산불 / 실시간 정부 소통 체계를 마련하다 / 기후 변화가 괴물 산불을 만들다 / 괴물 산불이 2025년까지 이어지다 / 재난안전관리본부는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는가 / 범정부 차원의 판단과 통합적 대응이 핵심이다
2. 해외에서의 국민 보호: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중국 우한
세계 어디서든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 현지에 범정부 구조대를 조직하여 즉각 파견하다 / 외교부에 범정부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만들다 / 헝가리 유람선 사고가 해외재난 대응의 새 이정표가 되다 /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다 / 봉쇄된 우한시의 교민들을 안전하게 철수시키다 / 코로나19 범정부 대응체계가 완비되다
3. 태풍과 홍수: 기후변화의 역습이 시작되다
2019년 태풍은 새로운 재난의 예고편이었다 / 기후변화로 극한 폭우와 초강력 태풍은 계속된다 / 부산 지하차도 침수를 겪고도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맞다 / 경각심 부족이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를 가져오다 / 섬진강 홍수 뒤에는 시스템의 부실이 있었다 /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와 태풍 관리가 더 중요해지다
2장 안보와 재난의 벽을 허물자
4.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임진강 홍수 : 재난은 철책으로 막을 수 없다
경기도 북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다 /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서 유입됐음을 밝히다 / 야생 멧돼지 남하를 막기 위해 광역 울타리를 설치하다 / 야생 멧돼지 이동 차단 울타리는 그 역할을 다했다 / 북한과의 군사적 경쟁과 재난 협력은 분리돼야 한다
5. 해양 재난과 백신수송지원: 국가 역량을 모두 투입하라
독도 해상에 소방 구조헬기가 추락하다 / 차가운 제주 바다에 대성호와 창진호가 침몰하다 / 해양재난에는 해경과 군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 군이 코로나19 백신 수송과 경계를 담당하다 / 군의 헌신은 코로나19 극복의 버팀목이었다
6. 드론, 배타적경제수역, 방공식별구역: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의 초석이 마련되다 / 새롭게 대두된 배타적경제수역의 국가 이익을 지켜라 / 한국방공식별구역 무단진입에 강한 의지로 답해야 한다 / 안보문제는 대부분 북한과의 마찰에서 기인한다
3장 데이터가 국민의 생명을 구한다
7. 코로나19 데이터와 정책: 정치 아닌 과학적 데이터로 움직이다
매일 아침 코로나19 일일 상황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하다 / 중국인 입국금지 정책은 더 큰 위험이었다 / 생활치료센터로 의료체계 붕괴 위기를 넘기다 / K방역의 3T 정책이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다 / 바이스러스를 극복한 장병들이 방역 정책으로 고통받다
8. 코로나19 극복 219: 데이터로 예측하고 대응하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예측 그래프를 그리다 / 서울 재확산 때 테헤란로 집단감염 문제를 짚어내다 / 코로나19 극복의 주인공은 공무원과 국민이었다
4장 위기 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자
9. 세계의 위기관리 시스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서 배우자
미국, 대통령 중심의 통합형 시스템을 구축하다 / 일본, 총리를 정점으로 한 통합 대응 시스템을 갖추다 / 영국, 내각 중심의 이원 통합형 체제로 진화하다 / 프랑스, 대통령과 총리가 책임과 역할을 유연하게 분담하다 / 러시아, 강력한 중앙통제구조를 유지해 오다 / 포괄안보 체제에서 초기대응과 통합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10. 한국의 위기관리 시스템: 복합위기에 대비할 통합성이 부족하다
국가 위기 대응은 복합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 세분화된 법체계와 분산된 대응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 / 재난안전기본법은 제정됐으나 국가통합적 대응은 부족하다
11. 대통령 중심의 포괄안보 체제: 포괄적・통합적 대응체제가 필요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포괄안보를 다루자 / 복합 위기에 대비한 포괄적·통합적 대응체제를 만들자 /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대통령 직속으로 확대하자 /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모든 국가위기를 다루게 하자 / 포괄안보를 담은 국가위기관리기본법을 제정하자
후기 위기관리 체제는 개인의 능력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
미주
◆ 추천사
내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국가위기관리의 중책을 맡았던 사람이 강건작 장군이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강원도 산불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쉼 없이 밀려드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탁월한 식견과 현장 감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초기 밤낮없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던 그의 헌신적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현장의 생생한 경험과 정책적 고뇌가 녹아있는 이 책이 대한민국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귀중한 자산이 되길 기대한다.
-정의용, 전국가안보실장・전외교부장관
국정원장 시절부터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할 때까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국가 위기와 수많은 재해재난 그리고 안보 위기 속에서 강건작 센터장의 활약을 매우 가까이 지켜보았다. 이 책은 당시 긴박했던 순간들의 기록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위기관리는 박제된 매뉴얼을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고 국가 자원을 적시에 동원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고의 집단적 지성이 발현돼야 한다. 이 책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법령과 시스템과 매뉴얼이라는 뼈대, 현장성이라는 살, 판단과 결정이라는 정신이 결합해 국가가 재해재난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그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와 나갈 길을 보여주고 있다.
-서훈, 전국정원장・전국가안보실장
‘위험’이란 주제는 탈근대 사회의 중심 화두이다. 위험 사회는 인위적 위험이 중심이 된 사회로 적절한 식별과 대처가 없으면 위험은 재앙 재난이 된다. 그래서 위험사회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안전’이 중심 과제인 사회이다. 우리는 이미 위험사회를 살고 있다. 그런데 오래전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평하는 한국은 유독 이 위험에 대한 면역성이 강하다. 주기적으로 또 비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위기에 대해 한국 사회는 망각의 습관을 반복해 왔다. 한국의 세 번째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을 지내며 안전 및 포괄안보의 확장적 개념을 고민해 온 저자는 지적된 한국사회의 심각한 병증에 대한 가감 없는 진단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 지표에 따른 선진국을 넘어 ‘성찰적 근대’ 사회로 나가기 위해 꼭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다. 관련 분야 전문가뿐 아니라 관심 있는 모든 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신범식,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강건작 전 장군은 확고한 사명감과 문제 해결 역량을 겸비한 ‘공부하는 군인’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서 위기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체계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통해 국가적 난제들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했다. 특히 미래 위기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 위기관리 전략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의 전문성이 미래 사회의 위기를 최소화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인석, 르리앙 대표・이랜드 경영고문
◆ 본문 속으로
나는 먼저 국가지도통신망의 평상시 운용 실태를 긴급히 점검해보도록 했다. 연 1회 훈련할 때만 한시적으로 사용해오다 보니 대부분 기관이 단말기를 꺼두고 있었다. 기관장실이나 상황실에 있어야 할 장비가 담당 실무자 책상 옆에서 잠자고 있었다. 실무자가 공석이거나 자리를 비우면 무용지물이었다. 국가 비상시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유지하는 시스템이 정작 비상시에 가동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정작 국가지도통신망 운용과 유지를 담당하는 행안부는 물론이고 군을 비롯한 대다수 정부 기관이 시스템의 평시 활용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2019년 1월 중순에 나는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서 국가지도통신망에 가입된 모든 기관은 24시간 가동상태를 유지하라는 지시 공문을 하달했다. 상황실이 있는 조직은 상황실에서 하고 상황실이 없는 조직은 기관장실로 시스템을 옮기도록 했다. 행안부 담당 부서에는 무작위 긴급호출로 가동상태를 수시 점검하도록 했다. 여러 곳에서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때마다 취지를 더 자세히 설명하고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불만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달라진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pp. 28~29
2000년대 초반 태풍 ‘루사’(2002), ‘매미’(2003),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2003) 등으로 재난관리의 총괄 조정 기능 강화가 사회적 요구로 부상했다. 2004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이 제정되면서 재난관리에 대한 국가적 틀이 정비됐다. 행정자치부 외청으로 ‘소방방재청’이 설치되어 소방, 방재, 민방위, 안전관리 등의 기능을 담당했다. 또한 국무총리실에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재난과 안전관리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하는 기능도 마련됐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기존 재난관리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같은 해 국무총리 직속의 국민안전처가 신설됐다. 국민안전처는 행정자치부의 안전 기능, 해양수산부의 해양경비와 해상안전 기능, 소방방재청의 기능 등을 통합하여 재난·안전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목표로 출범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는 통합 과정에서 조직 간 기능 중복, 권한 조정의 어려움, 현장 대응과 정책 조정 간 균형 부족 등의 문제점이 계속 제기됐다. 특히 메르스 감염병 재난이 발생하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p. 40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재난은 발생 초기부터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황의 확산도 최소화하고 피해도 차단될 수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재난은 산불 외에도 많다. 도심 건물 화재, 대규모 붕괴사고나 폭발사고, 다중 밀집 인파사고, 대규모 유해물질 누출사고, 지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재난은 초기의 통합적 상황 조치가 피해 규모를 가른다. 점진적, 단계적, 절차적 재난 대응체계가 가진 한계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정부 구조상 국가적 자원을 제도적 제약 없이 신속히 결정하고 투입할 수 있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참여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실에는 시간 지연 없이 상시로 위기 대응을 할 수 있는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제도와 시스템에서 대통령실은 전통적 안보뿐 아니라 재난 위기까지 모든 국가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최적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몇몇 정부가 그 역할을 스스로 제한했을 뿐이다.
-p. 48
2020년 1월 20일 국내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30대 중국 국적 여성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상향 조정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를 구성하여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팀은 첫 확진자 발생 사실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주요 직위자에게 즉각 보고했다. 방역 당국의 조치 사항도 함께 첨부했다.
확진자 발생 상황은 질병관리본부의 방대본이 주도해서 대응했다. 그런데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보기에 방역 당국의 대응 속도가 생각보다 늦고 질병관리본부가 분주하기는 하나 대응에 버거워하는 듯 보였다. 우리나라 감염병 방역 정책은 신종플루(2009년)와 메르스(2015년) 확산 이후 크게 개선됐다고 파악했는데 실상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p. 64
나는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수본과 행안부의 대책지원본부 기능을 통합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가동할 필요가 있었다. 중대본을 중심으로 정부 기능을 통합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일 나는 행안부 재난안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복합재난을 총괄하는 행안부가 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해 중대본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마침 행안부 자체 회의 중에 전화 통화가 돼 행안부 내부에서 중대본 구성 문제가 급격히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때까지 감염병 재난에서 단 한 번도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중대본을 구성한 사례가 없었다.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수본이 최고 대응체계였다. 감염병 대응에는 보건의료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는 중요한 상황 변화에 맞춰 대응체계도 변경해야 하는 당연한 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내 전화는 다른 통로로 청와대 내부로 알려졌고 새로운 논란의 촉발점이 됐다. 사회정책수석실, 국정상황실 등에서 논의가 있었다.
-p. 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