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할아버지, 주원이 왔어요!”
그 한마디가 집 안을 환하게 밝혔다
손주와 사랑에 빠진 할아버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엄마와 딸과 할머니의 헌신을 다시 보게 만드는 노동일지다
첫 손주 주원이의 탄생부터 시작된 육아일기를 묶은 책이다. 저자는 첫 손주가 태어나는 날부터 기쁨과 감격, 서툶과 당황,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사랑을 담담하게 생생하게 기록해왔다. 손주가 얼마나 예쁜지 자랑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손주를 통해 한 남편, 한 아버지, 한 할아버지가 비로소 가족과 사랑의 실체를 새롭게 배워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주원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저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평범한 일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딸이 임신하고 출산을 준비하며 진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애를 갖고 낳는 일은 신성한 일이며 그 과정은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경이와 함께 가족 모두를 긴장시키고 흔들어놓는 시간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운다.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처음 품에 안는 순간 그는 ‘책임감’보다 먼저 찾아온 ‘순수한 기쁨’을 경험한다. 딸을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그 순간부터 이 책의 기록은 시작된다.
육아일기이자 가족일기 그리고 다시 사랑을 배운다
손주의 존재는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가족 전체의 공기를 바꾼다
이 책은 손주를 보는 감격과 기쁨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생아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애 하나 때문에 어른 넷이 파김치가 되는 현실이 펼쳐진다. 젖을 먹이고 트림시키고 밤마다 깨는 아이를 달래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시키고 온도와 컨디션을 살피는 일이 끝없이 반복된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큰 노동과 인내와 비용을 요구하는지 새삼 절감한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왜 진실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손주를 예뻐하는 할아버지의 기록인 동시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결코 한 사람의 몫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족의 노동일지이기도 하다.
손주가 태어나면서 저자 자신도 달라진다. 새벽은 원래 온전히 자신의 시간이었지만 이제 그 시간을 거리낌 없이 침해하는 ‘최고 권력자’가 생긴다. 손주의 호출 앞에서 글쓰기도, 일정도, 습관도 모두 뒤로 밀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억울하지 않다. 오히려 그 존재를 안고 있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영혼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손주는 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충만하게 하는지,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서는 기꺼이 자신을 내놓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그는 손주를 돌본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오히려 손주에게 돌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손주가 한 사람만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원이가 태어난 뒤 모든 것은 그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아내는 매일 딸네 집으로 ‘출근’하고 둘째 딸은 조카 바보가 되어 사진 한 장에도 마음을 빼앗긴다. 외식이 사라지고 주말의 모든 일정은 아이의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에 맞춰 다시 짜인다. 누가 밥을 할지, 누가 설거지를 할지, 누가 안아줄지, 누가 목욕시킬지까지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고 가족은 그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더 강한 팀워크를 갖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과장하지 않지만 한 아이가 가족의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짜는지 섬세하게 포착한다. 손주는 한 집안의 중심이 되고 그 중심을 향해 가족의 마음과 노동이 모인다. 그 과정에서 가족은 더 지치지만 동시에 더 단단해진다.
특히 이 책은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살아 있는 장면들로 증명한다. 딸이 힘들어도 모유를 먹이겠다고 결심하는 모습, 자기보다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 밤새 시달리고도 아침에 아이가 방긋 웃으면 모든 고생이 사라진다고 말하는 장면은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본능적이고도 눈물겨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 모습을 보며 자기 아내가 과거에 겪었을 일들을 뒤늦게 이해하고 딸이 애를 키우는 모습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의 무게를 새로 배운다. 그래서 이 책은 손주를 예뻐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엄마와 딸과 할머니의 헌신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아이는 작고 연약하지만 그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랑은 가족 전체를 다시 성찰하게 할 만큼 크고 깊다.
한편 책에는 저자 특유의 유머와 솔직함이 살아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손주를 ‘최고 권력자’라고 부르며 새벽 시간을 빼앗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손자와 노는 즐거움을 ‘농손락’이라 부르며 스스로를 놀리기도 한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를 ‘죽음의 시간’이라 표현하고 일주일 동안 아기가 대변을 보지 못해 온 가족의 최대 관심사가 그것 하나가 되어버린 일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그런데 바로 이런 디테일들 덕분에 이 책은 더 살아 있는 기록이 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얼마나 사소한 것에 울고 웃게 되는지, 얼마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지를 거창한 선언 없이 보여준다.
한 아이의 태어남과 성장기에서 점점 확장되는 가족 서사의 기록이다
시간이 지나며 주원이는 자라고, 주원이의 동생 다민이가 태어나고, 가족의 풍경도 조금씩 넓어진다. 책은 첫 손주가 집에 가져온 변화에 머물지 않고 둘째 손주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셋째 천사의 등장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차례만 보아도 이 책이 한순간의 감상에 그치지 않고 긴 시간에 걸친 가족의 연대기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민이의 탄생」 「다민이의 첫 번째 생일」 「태교여행」 「셋째 천사의 등장」 같은 꼭지들은 이 책이 한 아이의 성장기가 아니라 점점 확장되는 가족 서사의 기록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손주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닿아가는 책이다. 저자는 손주들을 보며 자신이 예전보다 괜찮고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또 손주 앞에서 스스로가 정화되는 기분을 느낀다. 아이 앞에서 사람은 더 선해지고 더 다정해지고 더 낮아진다. 서문에서 소개하는 리처드 와이즈먼의 실험에서 아기 사진 하나가 사람의 행동을 바뀌는 것처럼 이 책에서도 손주의 존재는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가족 전체의 공기를 바꾼다. 손주는 단지 귀여운 존재가 아니라 사람 안의 무언가를 더 좋게 만드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래서 이 책은 육아일기인 동시에 인간이 왜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생활의 철학서이다.
◆ 저자 소개
한근태
서울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런대학교에서 고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9세에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로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40대 초반에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IBS 컨설팅 그룹에 입사하며 경영 컨설턴트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경영 현장에서 2년간 실무를 익힌 후 다시 유학길에 올랐고 핀란드 헬싱키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미국 프랭클린사의 한국 파트너) 소장을 지냈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열정적인 강의를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주요 기업에서 자문과 교육을 위해 찾는 대표적인 강사이며 변화를 갈망하는 CEO들의 멘토로 명성을 쌓고 있다. 3,000번이 넘는 기업 강의와 700명이 넘는 CEO에게 경영 코치를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다. 그 외 『DBR』과 『머니투데이』 등에 고정 서평과 칼럼을 연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그게 정확히 무슨 말인가요?』 『마음을 공부하라』 『모든 일에는 다 순서가 있는 법』 『고수의 행복 수업』 『고수의 유머론』 『은유의 문장들』 『결혼을 공부하라』 『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 『재정의』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역설의 역설』 『한근태의 독서일기』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참고서』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서문 세상에 손주만큼 예쁜 존재가 있을까
천사가 왔다
모유와 우유
손주가 떠올린 추억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전생의 애인 손주
격대교육
천사가 가져온 변화
최고 권력자
농손락
주원이가 내게 준 것
누가 누구를 돌보는가
주원이가 무서워
주원이의 첫 해외여행
처음으로 뒤집은 날
백화점에서 벌어진 일
생활의 중심
그분의 명령
천사 시중들기
아이는 어른의 스승
젖을 떼는 아픔
내 수호신
기쁨의 천사
육아관광
귀엽다는 것
우리 집의 중심 주원이
육아는 고비용 고수익
음수사원
인생의 절정기
둘이 애를 본다는 것
극한직업
아름다운 인생
주원이가 가져온 변화
아내가 예뻐졌다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천사가 사는 곳
가족여행
천사의 방문
말하는 천사
다민이의 탄생
내가 사랑하는 일상
할아버지, 주원이 왔어요
축 백일
최고의 선물
주원이의 두 얼굴
해피 보이 주원이
주원이 눈에는 차만 보인다
브라키오사우루스와 주원이
난 공사 현장이 좋아
주원이의 세 번째 생일
할아버진 내 거야
그녀와의 뜨거운 주말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다민이의 첫 번째 생일
신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인간의 본질
태교여행
셋째 천사의 등장
◆ 본문 속으로
그동안은 애를 갖고 애를 낳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별로 어렵고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근데 딸이 애를 갖고 낳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그 생각은 틀렸다. 절대 그렇지 않다. 애를 갖고 낳은 건 정말 신성한 일이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회다. 딸은 애를 갖기 위한 몸을 만들었다. 음식도 가려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나쁜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애를 가진 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입덧 때문에 아무거나 먹을 수도 없었다. 입덧 기간에는 특히 몸을 조심했다. 본인도 힘들지만 주변에 있는 우리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p.14
잠든 손주를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큰 건 충만감이다. 애를 보는 건 힘들지만 그 이상의 기쁨을 준다. 돈과 명예 같은 걸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그런 감정이다. 난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손주를 보면 30년 전 유학 시절이 떠오른다. 초보 아빠였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죽으나 사나 우리끼리 문제를 해결하며 살았다. 아내가 고생을 참 많이 했다.
둘째를 가졌을 때가 절정이었다. 만삭의 몸으로 일을 다녔다. 큰애는 그런 엄마에게 늘 안아달라고 징징거렸다. 어딜 한번 가려 해도 아이 때문에 이사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애가 자기 애를 가졌으니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것이다.
-p. 25
애가 태어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온 집 안에 애 물건으로 차고 넘친다. 아기 옷, 가재수건, 기저귀, 목욕용품, 모빌은 기본이고 유모차, 카시트, 집에서 애를 앉혀 놓는 바운서, 우유병과 분유, 모유 수유를 위한 각종 도구, 유축기 등등. 그밖에도 아기용 손톱깎이, 손에 씌우는 장갑, 해를 가리기 위한 모자와 선글라스도 있어야 한다. 코가 막힐 때 뚫어주는 흡입기도 구매했다. 출산율과 경제 활성화의 연관관계를 몸으로 체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름을 짓는 일이다. 손자 이름은 ‘주원’이로 하기로 했다. 두루 주周에 물가 이름 원沅이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이름을 지었는데 전제조건이 몇 가지 있었다. 일단 부르기 쉬워야 한다. 발음이 어려우면 안 된다.
-p. 31
주원이는 보름간 우리 집에 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주원이 없는 집에 아내와 나만 남았다. 원래도 두 사람만 살았는데 애 덕분에 북적이던 집이 적막강산으로 바뀌었다. 평화는 찾아왔지만 내가 원하는 평화는 아니다. 새벽이면 애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애 온기가 아직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 “눈에 밟힌다.”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주원이가 태어나고 나서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요즘 내 마음이 딱 그렇다.
자식은 내게 어떤 존재일까? 자식의 자식인 손주는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왜 이렇게 이유 없이 예쁠까? “전생에 자식은 빚쟁이, 손주는 애인”이란 얘기가 있다.
-p. 34
다른 시간이면 모르겠지만 한밤중에 주원이를 안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나를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세상 사람 중에 내가 이렇게 마음껏 안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주원이 외에는 없다. 아내도 시집간 딸들도 나를 이렇게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으려고 하면 잠시는 안겨 있겠지만 다들 내 품을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하지만 주원이는 다르다. 그는 언제나 나를 받아들인다. 한 번도 앙탈을 부린 적이 없다. 이런 주원이도 얼마 후면 낯을 가리고 안자고 해도 저항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야말로 주원이를 맘껏 안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아닌가.
눈이 말똥말똥하던 주원이는 한 시간 정도를 나와 논 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손자를 보는 데 지친 나는 난생처음 새벽 공부를 못하고 내처 자고 말았다. 그날 점심 지인들 모임에서 이 얘길 했더니 한 분이 그걸 ‘농손락弄孫樂’이라고 한단다.
-p. 48
사랑을 배우고 있다. 사랑이 인간에게 주는 평안함도 배우고 있다. 존재 자체가 기쁨이란 사실도 절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면 아마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핑계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글 때문에 바쁘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난 그분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핑계를 댔겠지만 주원이가 나를 찾으면 난 언제든 출동할 수 있다. 주원이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이다.
-p. 52

◆ 책 소개
“할아버지, 주원이 왔어요!”
그 한마디가 집 안을 환하게 밝혔다
손주와 사랑에 빠진 할아버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엄마와 딸과 할머니의 헌신을 다시 보게 만드는 노동일지다
첫 손주 주원이의 탄생부터 시작된 육아일기를 묶은 책이다. 저자는 첫 손주가 태어나는 날부터 기쁨과 감격, 서툶과 당황,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사랑을 담담하게 생생하게 기록해왔다. 손주가 얼마나 예쁜지 자랑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손주를 통해 한 남편, 한 아버지, 한 할아버지가 비로소 가족과 사랑의 실체를 새롭게 배워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주원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저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평범한 일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딸이 임신하고 출산을 준비하며 진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애를 갖고 낳는 일은 신성한 일이며 그 과정은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경이와 함께 가족 모두를 긴장시키고 흔들어놓는 시간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운다.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처음 품에 안는 순간 그는 ‘책임감’보다 먼저 찾아온 ‘순수한 기쁨’을 경험한다. 딸을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그 순간부터 이 책의 기록은 시작된다.
육아일기이자 가족일기 그리고 다시 사랑을 배운다
손주의 존재는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가족 전체의 공기를 바꾼다
이 책은 손주를 보는 감격과 기쁨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생아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애 하나 때문에 어른 넷이 파김치가 되는 현실이 펼쳐진다. 젖을 먹이고 트림시키고 밤마다 깨는 아이를 달래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시키고 온도와 컨디션을 살피는 일이 끝없이 반복된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큰 노동과 인내와 비용을 요구하는지 새삼 절감한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왜 진실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손주를 예뻐하는 할아버지의 기록인 동시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결코 한 사람의 몫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족의 노동일지이기도 하다.
손주가 태어나면서 저자 자신도 달라진다. 새벽은 원래 온전히 자신의 시간이었지만 이제 그 시간을 거리낌 없이 침해하는 ‘최고 권력자’가 생긴다. 손주의 호출 앞에서 글쓰기도, 일정도, 습관도 모두 뒤로 밀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억울하지 않다. 오히려 그 존재를 안고 있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영혼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손주는 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충만하게 하는지,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서는 기꺼이 자신을 내놓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그는 손주를 돌본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오히려 손주에게 돌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손주가 한 사람만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원이가 태어난 뒤 모든 것은 그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아내는 매일 딸네 집으로 ‘출근’하고 둘째 딸은 조카 바보가 되어 사진 한 장에도 마음을 빼앗긴다. 외식이 사라지고 주말의 모든 일정은 아이의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에 맞춰 다시 짜인다. 누가 밥을 할지, 누가 설거지를 할지, 누가 안아줄지, 누가 목욕시킬지까지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고 가족은 그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더 강한 팀워크를 갖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과장하지 않지만 한 아이가 가족의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짜는지 섬세하게 포착한다. 손주는 한 집안의 중심이 되고 그 중심을 향해 가족의 마음과 노동이 모인다. 그 과정에서 가족은 더 지치지만 동시에 더 단단해진다.
특히 이 책은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살아 있는 장면들로 증명한다. 딸이 힘들어도 모유를 먹이겠다고 결심하는 모습, 자기보다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 밤새 시달리고도 아침에 아이가 방긋 웃으면 모든 고생이 사라진다고 말하는 장면은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본능적이고도 눈물겨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 모습을 보며 자기 아내가 과거에 겪었을 일들을 뒤늦게 이해하고 딸이 애를 키우는 모습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의 무게를 새로 배운다. 그래서 이 책은 손주를 예뻐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엄마와 딸과 할머니의 헌신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아이는 작고 연약하지만 그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랑은 가족 전체를 다시 성찰하게 할 만큼 크고 깊다.
한편 책에는 저자 특유의 유머와 솔직함이 살아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손주를 ‘최고 권력자’라고 부르며 새벽 시간을 빼앗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손자와 노는 즐거움을 ‘농손락’이라 부르며 스스로를 놀리기도 한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를 ‘죽음의 시간’이라 표현하고 일주일 동안 아기가 대변을 보지 못해 온 가족의 최대 관심사가 그것 하나가 되어버린 일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그런데 바로 이런 디테일들 덕분에 이 책은 더 살아 있는 기록이 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얼마나 사소한 것에 울고 웃게 되는지, 얼마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지를 거창한 선언 없이 보여준다.
한 아이의 태어남과 성장기에서 점점 확장되는 가족 서사의 기록이다
시간이 지나며 주원이는 자라고, 주원이의 동생 다민이가 태어나고, 가족의 풍경도 조금씩 넓어진다. 책은 첫 손주가 집에 가져온 변화에 머물지 않고 둘째 손주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셋째 천사의 등장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차례만 보아도 이 책이 한순간의 감상에 그치지 않고 긴 시간에 걸친 가족의 연대기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민이의 탄생」 「다민이의 첫 번째 생일」 「태교여행」 「셋째 천사의 등장」 같은 꼭지들은 이 책이 한 아이의 성장기가 아니라 점점 확장되는 가족 서사의 기록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손주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닿아가는 책이다. 저자는 손주들을 보며 자신이 예전보다 괜찮고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또 손주 앞에서 스스로가 정화되는 기분을 느낀다. 아이 앞에서 사람은 더 선해지고 더 다정해지고 더 낮아진다. 서문에서 소개하는 리처드 와이즈먼의 실험에서 아기 사진 하나가 사람의 행동을 바뀌는 것처럼 이 책에서도 손주의 존재는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가족 전체의 공기를 바꾼다. 손주는 단지 귀여운 존재가 아니라 사람 안의 무언가를 더 좋게 만드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래서 이 책은 육아일기인 동시에 인간이 왜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생활의 철학서이다.
◆ 저자 소개
한근태
서울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런대학교에서 고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9세에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로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40대 초반에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IBS 컨설팅 그룹에 입사하며 경영 컨설턴트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경영 현장에서 2년간 실무를 익힌 후 다시 유학길에 올랐고 핀란드 헬싱키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미국 프랭클린사의 한국 파트너) 소장을 지냈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열정적인 강의를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주요 기업에서 자문과 교육을 위해 찾는 대표적인 강사이며 변화를 갈망하는 CEO들의 멘토로 명성을 쌓고 있다. 3,000번이 넘는 기업 강의와 700명이 넘는 CEO에게 경영 코치를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다. 그 외 『DBR』과 『머니투데이』 등에 고정 서평과 칼럼을 연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그게 정확히 무슨 말인가요?』 『마음을 공부하라』 『모든 일에는 다 순서가 있는 법』 『고수의 행복 수업』 『고수의 유머론』 『은유의 문장들』 『결혼을 공부하라』 『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 『재정의』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역설의 역설』 『한근태의 독서일기』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참고서』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서문 세상에 손주만큼 예쁜 존재가 있을까
천사가 왔다
모유와 우유
손주가 떠올린 추억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전생의 애인 손주
격대교육
천사가 가져온 변화
최고 권력자
농손락
주원이가 내게 준 것
누가 누구를 돌보는가
주원이가 무서워
주원이의 첫 해외여행
처음으로 뒤집은 날
백화점에서 벌어진 일
생활의 중심
그분의 명령
천사 시중들기
아이는 어른의 스승
젖을 떼는 아픔
내 수호신
기쁨의 천사
육아관광
귀엽다는 것
우리 집의 중심 주원이
육아는 고비용 고수익
음수사원
인생의 절정기
둘이 애를 본다는 것
극한직업
아름다운 인생
주원이가 가져온 변화
아내가 예뻐졌다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천사가 사는 곳
가족여행
천사의 방문
말하는 천사
다민이의 탄생
내가 사랑하는 일상
할아버지, 주원이 왔어요
축 백일
최고의 선물
주원이의 두 얼굴
해피 보이 주원이
주원이 눈에는 차만 보인다
브라키오사우루스와 주원이
난 공사 현장이 좋아
주원이의 세 번째 생일
할아버진 내 거야
그녀와의 뜨거운 주말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다민이의 첫 번째 생일
신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인간의 본질
태교여행
셋째 천사의 등장
◆ 본문 속으로
그동안은 애를 갖고 애를 낳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별로 어렵고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근데 딸이 애를 갖고 낳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그 생각은 틀렸다. 절대 그렇지 않다. 애를 갖고 낳은 건 정말 신성한 일이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회다. 딸은 애를 갖기 위한 몸을 만들었다. 음식도 가려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나쁜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애를 가진 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입덧 때문에 아무거나 먹을 수도 없었다. 입덧 기간에는 특히 몸을 조심했다. 본인도 힘들지만 주변에 있는 우리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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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손주를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큰 건 충만감이다. 애를 보는 건 힘들지만 그 이상의 기쁨을 준다. 돈과 명예 같은 걸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그런 감정이다. 난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손주를 보면 30년 전 유학 시절이 떠오른다. 초보 아빠였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죽으나 사나 우리끼리 문제를 해결하며 살았다. 아내가 고생을 참 많이 했다.
둘째를 가졌을 때가 절정이었다. 만삭의 몸으로 일을 다녔다. 큰애는 그런 엄마에게 늘 안아달라고 징징거렸다. 어딜 한번 가려 해도 아이 때문에 이사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애가 자기 애를 가졌으니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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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태어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온 집 안에 애 물건으로 차고 넘친다. 아기 옷, 가재수건, 기저귀, 목욕용품, 모빌은 기본이고 유모차, 카시트, 집에서 애를 앉혀 놓는 바운서, 우유병과 분유, 모유 수유를 위한 각종 도구, 유축기 등등. 그밖에도 아기용 손톱깎이, 손에 씌우는 장갑, 해를 가리기 위한 모자와 선글라스도 있어야 한다. 코가 막힐 때 뚫어주는 흡입기도 구매했다. 출산율과 경제 활성화의 연관관계를 몸으로 체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름을 짓는 일이다. 손자 이름은 ‘주원’이로 하기로 했다. 두루 주周에 물가 이름 원沅이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이름을 지었는데 전제조건이 몇 가지 있었다. 일단 부르기 쉬워야 한다. 발음이 어려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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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이는 보름간 우리 집에 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주원이 없는 집에 아내와 나만 남았다. 원래도 두 사람만 살았는데 애 덕분에 북적이던 집이 적막강산으로 바뀌었다. 평화는 찾아왔지만 내가 원하는 평화는 아니다. 새벽이면 애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애 온기가 아직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 “눈에 밟힌다.”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주원이가 태어나고 나서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요즘 내 마음이 딱 그렇다.
자식은 내게 어떤 존재일까? 자식의 자식인 손주는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왜 이렇게 이유 없이 예쁠까? “전생에 자식은 빚쟁이, 손주는 애인”이란 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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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이면 모르겠지만 한밤중에 주원이를 안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나를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세상 사람 중에 내가 이렇게 마음껏 안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주원이 외에는 없다. 아내도 시집간 딸들도 나를 이렇게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으려고 하면 잠시는 안겨 있겠지만 다들 내 품을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하지만 주원이는 다르다. 그는 언제나 나를 받아들인다. 한 번도 앙탈을 부린 적이 없다. 이런 주원이도 얼마 후면 낯을 가리고 안자고 해도 저항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야말로 주원이를 맘껏 안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아닌가.
눈이 말똥말똥하던 주원이는 한 시간 정도를 나와 논 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손자를 보는 데 지친 나는 난생처음 새벽 공부를 못하고 내처 자고 말았다. 그날 점심 지인들 모임에서 이 얘길 했더니 한 분이 그걸 ‘농손락弄孫樂’이라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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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우고 있다. 사랑이 인간에게 주는 평안함도 배우고 있다. 존재 자체가 기쁨이란 사실도 절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면 아마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핑계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글 때문에 바쁘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난 그분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핑계를 댔겠지만 주원이가 나를 찾으면 난 언제든 출동할 수 있다. 주원이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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